공시 기준·인간 검수 등 입법 지원 가이드라인 필요
창작자 권리 ‘3C’ 제시…동의·보상·통제 보장해야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준 제시해야 사회적 합의 가능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과제'에서 (왼쪽부터) 김민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 강승미 삼정KPMG 상무, 이동규 동아대학교 재난관리학과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김재원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제성원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사, 김성준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화준 인턴기자
콘텐츠 제작 현장에 인공지능(AI)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AI 허용·금지 논쟁을 넘어 제작 공정 표준과 인간 검수 책임 등 구체적인 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 과제'가 열렸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영화·게임·웹툰 등 콘텐츠 산업 전반의 AI 활용 현황과 저작권, 노동 등 다양한 정책 과제가 논의됐다.
발제에 나선 이동규 동아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AI를 허용할지 제한할지가 아니라 장르와 제작 공정별로 어디까지 쓸지를 정하는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간의 창작과 검수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작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창작자의 동의, 보상, 통제권을 담은 표준계약과 제작 가이드라인으로 AI 활용과 창작자 보호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3C'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AI가 창작물이나 배우의 음성·초상 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창작자에게 동의(Consent)·보상(Compensation)·통제(Control)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AI 기술의 혁신과 창작자의 권리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양측이 협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AI 적용 콘텐츠 산업을 위한 구체적인 입법 지원 방안으로 △공시(표시) 기준의 단계화 △동의·보상 요건의 법정화 △인간 개입(HITL·Human-in-the-Loop) 검수 책임의 명확화 △실제 제작에 AI를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인 프리랜서 보호 △기반 투자 근거 조항 신설 등을 제안했다. HITL은 AI 생성물을 그대로 쓰기보다 작업자가 필요한 요소를 선택하고 검토해 완성하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 현장의 AI 활용 추세는 상승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기업의 생성형 AI 활용 비율은 2023년 7.8%에서 2025년 4분기 32.1%로 2년 만에 약 4배 증가했다.
AI 활용이 급증하면서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장기적인 위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AI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AI가 학습할 양질의 인간 데이터 자체를 고갈시키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할 때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 업계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명확한 표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또한 게임 기술이 방산 등 타 산업으로 쓰일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 문제 등 관련 법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