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배달앱 ‘공정한 원칙’ 수립 제안
“소상공인 보호와 함께 소비자 부담 전가도 막아야”
“소비자 총부담 기준으로 정책효과 평가 필요”
▲배달 노동자가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결정 대신 공정한 원칙을 먼저 세울 것을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최근 '배달플랫폼 수수료, 정부가 괸심 가질 것은 배달비의 가격이 아니라 공정한 원칙이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배달서비스의 가격 자체를 직접 결정하는 방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앞서 배달플랫폼 수수료와 관련해 김남근 의원은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대한 우대수수료 적용과 배달비 부담 선택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강일 의원은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의 상한과 배달종사자에게 지급되는 배달비의 상·하한, 배달비 산정구조 공개 등을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성명서에서 이 두 법안이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배달시장의 비용구조를 공론화하고, 협상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공정한 거래질서를 만들고자 한다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남근 의원안이 영세·소규모 사업자에게 우대수수료를 적용하고 플랫폼이 이를 회피하거나 배달종사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플랫폼 시장에서 협상력이 약한 주체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플랫폼이 배달방식이나 배달비 부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입점업체의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방향 역시 기존 플랫폼 중심의 비용결정 구조를 개선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강일 의원안 역시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결제수수료와 광고비까지 포함하여 플랫폼 이용사업자의 실질적인 부담을 살펴보고, 배달종사자의 적정한 수입과 소비자 부담을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는 점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소비자 부담액, 입점업체 부담액, 플랫폼 취득액, 배달종사자 지급액과 거리·시간대·기상여건 등 배달비 산정요소를 공개하도록 한 방향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가격투명성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취지가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배달종사자 모두의 편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성명서는 강조했다. 수수료나 배달비의 어느 한 부분을 규제한다고 해서 배달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정부가 배달서비스의 가격 자체를 직접 결정하는 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달비는 거리와 시간대, 지역, 날씨, 주문량과 배달인력의 수급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서비스 가격인 만큼 이러한 다양한 조건을 정부가 법령을 통해 가격의 상·하한으로 세밀하게 결정하는 것이 실제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맹은 정부가 정해야 할 것은 배달비의 '가격'이 아니라 공정한 '원칙'이라며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 원칙은 투명성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내는 배달비가 왜 이 금액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입점업체가 얼마를 부담하고 플랫폼이 얼마를 지원하며 실제 배달종사자에게 얼마가 지급되는지도 알 수 없다.
배달비의 산정 알고리즘이나 기업의 영업비밀 전체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이 어떤 요소에 의해 결정되고, 배달비가 각 주체에게 어떻게 분담되는지는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용전가 방지의 원칙이다.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입점업체에 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도 안 되고, 입점업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넘겨서도 안 된다. 플랫폼 역시 소비자에게 무료배달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그 비용을 입점업체나 배달종사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도 다른 주체에게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길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공정한 비용분담의 출발점이다.
세 번째는 편익과 부담의 균형 원칙이다. 배달서비스는 소비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소비자는 편리하게 음식을 받을 수 있고, 입점업체는 새로운 소비자와 시장에 접근할 수 있으며, 플랫폼은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배달종사자는 노동을 제공한다. 따라서 배달비를 누가 전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배달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얻는 각 주체가 그 편익과 역할에 따라 합리적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네 번째는 소비자 총부담을 기준으로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원칙이다. 수수료율 하나가 내려갔다고 해서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수수료 인하 이후 음식가격과 소비자 배달비가 어떻게 변했는지, 할인·쿠폰·멤버십 혜택이 줄어들지는 않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향후 배달플랫폼 정책의 효과를 단순한 수수료율이 아니라 음식가격, 소비자 배달비와 각종 서비스 이용료, 할인·쿠폰·멤버십 혜택 등을 종합한 소비자의 실질적인 총부담을 기준으로 지속 적으로 조사·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다섯 번째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무료배달'의 의미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배달에는 분명 비용이 발생한다. 소비자가 직접 배달비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료라고 표현하지만 그 비용이 음식가격이나 입점업체의 수수료 등에 포함되어 있다면 소비자가 실제 비용구조를 알기 어렵다. 무료배달 경쟁이 소비자 혜택인지, 다른 형태의 비용전가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와 소비자 보호가 서로 대립하는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취약한 당사자에게 비용이 이전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정부와 국회는 수수료와 배달비의 가격 자체를 정하는 데 앞서 비용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일방적인 비용전가를 막으며, 소비자의 실질적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소상공인도 보호하고, 배달종사자도 보호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부담까지 함께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배달 플랫폼 시장을 만드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