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태양광·풍력 확대 관련 광물 수요 분석
2050년까지 구리 582만 톤, 아연 432만 톤 필요
한국도 광물 조달·재활용 전략 마련해야
▲독일 동부 시프카우의 풍력 발전기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재생에너지 확대 경쟁은 발전설비를 얼마나 빠르게 늘리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도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비용을 좌우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발표된 연구는 유럽연합(EU)의 태양광·육상풍력·해상풍력 확대 계획을 분석해 에너지 전환이 막대한 광물 수요를 동반한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조기 달성을 추진하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도 광물 공급망을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불가리아 중부 갈라보보 인근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AFP/연합뉴스)
◇EU 재생에너지 확대에 구리 582만 톤 필요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대니얼 M. 캐먼 교수 연구진이 수행한 이 연구는 EU 27개 회원국의 2050년까지 태양광과 육상·해상풍력 설비 확대에 필요한 광물 수요를 추산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하는 시나리오에서 누적 수요는 구리 582만6100 톤, 아연 431만8900 톤, 실리콘 297만6700 톤, 희토류 원소 7만4200 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세계 연간 생산량의 각각 약 25.3%, 36%, 64.7%, 19%에 해당한다.
이 비율만으로 향후 공급 부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재생에너지 확대가 광물 생산과 가공 역량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상풍력 위주 경로도 희토류 수요 크게 안 줄어
연구진은 세 가지 설비 확대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EU의 태양광·육상풍력·해상풍력 확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전체 목표 달성 시나리오 △ 세 발전원의 설비 확대가 모두 계획보다 늦어지거나 목표에 미달하는 전반적 확대 지연 시나리오 △ 해상풍력은 높은 수준으로 확대하지만, 태양광과 육상풍력은 목표에 미달하는 해상풍력 우선 시나리오 등이다.
분석 결과, 해상풍력 중심의 경로에서는 희토류 수요가 2050년까지 6만9200 톤으로 추산됐다. 전체 목표 달성 시나리오의 7만4200 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상풍력 터빈에 쓰이는 직접구동식 발전기의 영구자석에 희토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전설비의 총량뿐 아니라 기술 구성에 따라서도 광물 수요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희토류 정련과 영구자석 제조 역량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료를 확보하더라도 가공과 부품 제조가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면 공급망 위험은 여전히 남는다.
▲유럽연합(EU) 27개국의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주요 핵심 광물의 전 세계 매장량. 주요 매장국별 크롬, 구리, 망간, 몰리브덴, 니켈, 희토류(REE) 및 아연의 보고된 매장량 분포. (자료=Nature Energy, 2026)
◇한국도 설비 목표와 광물 전략 함께 세워야
이 연구는 EU를 대상으로 했으므로 제시된 수요량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와 기술 구성, 수입 구조를 반영한 별도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정책적 함의는 분명하다. 발전용량뿐 아니라 핵심 광물의 종류와 물량, 공급국·가공국의 집중도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과 연계해 광물 수요를 전망하고, 해외 광산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 정련·가공 분야의 국제 협력, 핵심 부품 비축과 재활용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공급처 다변화와 재활용 원료 활용, 광물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 변동과 공급 차질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전기차와 배터리, 전력망·송전 설비, 에너지저장장치에 필요한 광물을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 시스템 전체의 광물 수요는 논문 추정치보다 클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설비 설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광물 조달부터 가공·제조, 사용 후 자원 회수까지 공급망 전반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도 보급 목표와 이를 뒷받침할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