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사전 협의 의무화…안보상 중대한 우려 땐 승인 금지
공정위 경쟁 심사 넘어 무기체계·군사 기밀 영향 검증 취지
▲한화그룹·KAI CI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계기로 방산업체 경영권 변동에 대한 국가 안보 검증을 강화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국방부를 지배권 취득 승인 과정의 필수 협의 주체로 포함하고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이 중대한 안보상 우려를 제기하면 승인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방산업체의 경영권 변동을 산업·경쟁 정책뿐 아니라 군사·안보 관점에서도 검증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무기체계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지배 구조가 바뀌면 군이 요구하는 △성능 확보 △후속 군수 지원 △핵심 기술·군사 기밀 보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의원실은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주요 사례로 들었다. 의원실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5월 KAI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뒤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지난 8월 기준 합산 지분율은 15.89%로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주식 취득에 대한 기업 결합 신고를 승인했다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그러나 KAI가 KF-21 등 국가 핵심 항공 무기체계를 담당하는 체계 종합 업체인 만큼 경쟁 제한 여부를 살피는 심사만으로는 경영권 변동에 따른 안보상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개정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방산업체의 경영상 지배권 취득 승인 절차를 두 단계로 강화했다. 우선 산업통상부 장관이 승인에 앞서 협의해야 할 대상에 기존 방위사업청장과 함께 국방부 장관을 명시했다. 방위력 개선 사업을 집행하는 방사청뿐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과 국방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부의 판단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협의 결과에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국방부 장관이나 방사청장이 국가 안보·군사 기밀 유지 및 국방 정책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하면 산업부 장관이 승인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두 기관 중 한 곳이라도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하면 승인을 막을 수 있어 사실상 '안보 거부권'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김 의원실은 현행법의 경우 산업부 장관과 방사청장 간 협의만 규정하고 있어 안보 당국의 반대 의견이 승인 여부를 구속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협의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대한 안보상 우려를 승인 불가 사유로 명문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발의는 지난 7일 국방부 국정감사 질의에 이은 후속 조치다. 당시 김 의원은 방산업체 지배 구조 변화에 대한 검토 과정에 국방부 장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의 경쟁 제한 심사만으로는 방산 M&A가 안보와 군사 작전에 미칠 파급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배구조 변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과 기술 유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국가 안보와 국방 정책의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부칙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