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투입, 1년간 연구…20㎜ 견인 발칸 개조 시제 1대 제작
기존 영상 장비로 자동 탐지·추적…최종 발사는 운용자 승인
美 원격 무장 장치 개량·獨 퇴역 대공포 활용…기존 전력 재활용
▲공군 제11전투비행단 대공방어대원들이 발칸 주진지 전개 훈련을 실시 중인 모습.사진=대한민국 공군
방위사업청이 군에서 운용 중인 20㎜ 견인 발칸에 인공 지능(AI) 영상 인식 기술을 접목해 소형 드론 대응 능력을 검증한다. 기존 화기와 영상 장비를 활용해 표적을 자동으로 탐지·추적하는 시제를 제작하고, 실제 드론을 대상으로 사격 기능까지 실증하는 연구다. 저가·소모성 드론의 대량 운용에 대응할 수단을 확보하면서 국방 중소·벤처 기업의 기술을 군 전력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는 구상이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방사청은 3억 원을 투입해 '기존 무기체계의 대드론 체계 전환을 위한 소요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은 방사청 방위산업진흥국 방산중소기업지원과가 주관하고,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 첨단기술전력과가 지원한다. 기존 무기체계에 민간 기술을 결합한 실물 시제를 제작한 뒤 성능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후속 군 소요와 연결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 기간은 계약 체결일부터 1년이고 일반 경쟁 입찰을 거쳐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수행 기관을 선정한다.
방사청은 드론·대드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데 비해 기존 무기체계 획득 방식으로는 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전쟁에서 저가·소모성 드론을 대량 운용하는 비대칭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고가의 방공 무기를 보완할 저비용·고효율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방사청은 군이 이미 운용하는 기관포·기관총 등에 민간의 성숙한 AI 영상 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빠르게 발전하는 민간 기술을 군에 반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기본 대상은 20㎜ 견인 발칸이다.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면 주관 기관의 승인을 받아 유사 직사화기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수행 기관은 합참과 협조해 대상 장비를 선정하고 해당 화기에 탑재된 영상 장비와 사격 통제 장치의 활용 가능성을 분석하게 된다.
방사청은 기존 영상 장비의 예로 열 영상 야간 조준기를 제시했다. 수행 기관은 영상 신호와 규격을 분석하고 드론 등 공중 표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학습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형 드론을 실시간으로 자동 탐지·추적하는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를 구현한다.
AI는 중앙 서버나 인터넷 연결 없이 현장에 설치된 장치에서 작동하는 '엣지 AI' 방식으로 개발한다. 연구 범위에는 영상에서 표적을 찾아내는 기능뿐 아니라 인식 결과를 기존 화기의 원격 사격 통제 장치와 연동하는 과업도 포함됐다.
AI가 표적을 탐지하면 화기의 구동부가 해당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하도록 하되, 최종 발사는 운용자의 승인에 따라 이뤄지도록 했다. 방사청은 이를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방식으로 명시했다. 탐지·추적을 자동화하면서 실제 발사 결정에는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다.
개조 과정에서 기존 장비를 보존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군이 제공한 화기의 구조적 외형과 내부 구동계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연구가 끝난 뒤 원상 복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탈부착 가능한 연동 키트 등의 형태로 제작하도록 요구했다.
성능 검증은 실제 드론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수행 기관은 군 관계 기관과 협의해 장소·시나리오·안전 통제 대책을 포함한 실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후 군이 지원하는 지정 장소에서 시제의 실시간 표적 탐지·자동 추적·사격 기능을 확인한다.
주요 평가 항목은 표적 탐지율·자동 추적 유지성·사격 통제 장치 반응 속도다. 표적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 탐지한 표적을 계속 추적할 수 있는지, 표적 정보에 장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반응하는지 등을 검증하는 것이다.
방사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방 중소·벤처 기업의 기술이 군에 적용되는 경로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방위산업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입각해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의 군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우수 기술의 국방 진입 장벽을 완화한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실증 결과를 후속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과업에 담겼다. 수행 기관은 '경미한 성능 개량', '현존 전력 성능 극대화' 등 기존 사업 절차와의 연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방 중소·벤처 기업의 우수 기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도 제출한다.
해외에서도 기존 무장 장치를 개량하거나 보유 무기의 임무를 전환해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미국은 이미 부대에서 운용하는 원격 무장 장치의 대드론 능력을 보강하는 연구와 실사격 시험을 진행했다.
미 육군의 'BLADE(Ballistic Low Altitude Drone Engagement)'는 공용 원격 무장 장치 'CROWS(Common Remotely Operated Weapon Station)'의 대드론 대응 능력을 강화한 체계다.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사령부 무장 센터는 지난해 9월 발표에서 제2기병연대가 같은 해 8월 1일 폴란드 베모보 피스키에 훈련장에서 열린 '프로젝트 플라이트랩 4.0' 실사격 행사에서 여러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대는 스트라이커 차량에서 BLADE를 운용해 500∼800m 거리의 표적과 교전했다. 미 육군은 일부 드론이 동시에 비행하는 상황에서 한 표적을 격추한 뒤 수초 내 다른 표적과 교전하는 능력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무장 장치의 기능을 보강해 드론 대응에 활용한 사례로 성과는 훈련장 실사격에서 확인됐다.
미 육군은 올해 6월에도 CROWS를 활용한 대드론 사격통제 연구 'SWAT-FC(Simultaneous Weapon Autonomy Technology for Fire Control)'의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4월 애버딘 시험장에서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드론과 교전하는 능력을 검증한 것이다.
이 연구는 기존 항공 사업에서 개발한 사격 통제 기술을 지대공 임무에 적용했다. 미 육군은 모듈형 개방체계 접근법을 활용해 소프트웨어와 향후 개선 기능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추가 시험을 통해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보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국내 연구와 비교할 수 있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게파르트 자주 대공포는 퇴역 장비를 실전 방공에 활용한 사례다. 라인메탈은 지난해 1월 6일 발표에서 독일군에서 퇴역한 게파르트 55대가 당시 우크라이나에 인도됐고 2년 넘게 방공 임무에 활용됐다고 했다.
라인메탈은 같은 발표에서 드론 등 공중 표적 대응에 사용할 35㎜ 탄약 18만 발의 추가 공급 계약도 공개했다. 앞서 2023년 2월에도 30만 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대공 화기의 재활용과 탄약 보급을 병행한 사례지만, AI 영상 인식 기능을 추가하는 이번 국내 연구와 기술적 구성은 다르다.
영국은 항공기용 미사일을 지상 방공 임무로 전환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MBDA 공동팀은 2022년 여름 ASRAAM 공대공 미사일을 지상에서 발사하는 방공체계를 개발했다. 사업 착수 후 4개월 안에 개발·제작·시험과 우크라이나 운용 요원 교육을 수행한 뒤 우크라이나에 인계했다. 기관포를 개량하는 국내 연구와는 방식이 다르지만 기존 무기와 기술을 활용해 긴급 방공 수요에 대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