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연구팀 국내 노년층 533만명 추적
4.3㎍/㎥ 높아지면 발병 위험 1.8% 증가
오염 개선됐지만 WHO 권고치 크게 웃돌아
▲초미세먼지와 오존 등 대기오염이 국내 노년층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자료=AI 생성 이미지)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노년층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노인 533만여명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다.
연구진은 대기오염과 파킨슨병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지만, 대기오염이 질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초미세먼지·오존 노출과 위험 증가 연관
이화여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오종민 박사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소속 임영희 박사, 서울대·충남대·아주대·한국환경연구원 등의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무브먼트 디스오더스(Movement Disorders)'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대기오염 장기 노출과 파킨슨병의 연관성: 한국 노인 행정자료 코호트 연구'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2010~2019년 65세 이상 성인 533만521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14만3557명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PM2.5 농도가 ㎥당 4.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높아질 때 파킨슨병 발생 위험은 1.8% 증가했다. 4.3㎍/㎥은 상위 25% 오염도와 하위 25% 오염도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오존(O₃) 농도가 7.3ppb 높아질 때도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1.9% 증가하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생활습관 정보까지 확보된 약 216만 명을 별도로 분석했는데,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 요인을 추가로 고려한 뒤에도 PM2.5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유지됐다.
다만 오존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초미세먼지, 뇌의 염증 반응 유발 가능성
파킨슨병은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손떨림과 근육 경직, 움직임 둔화 등이 주요 증상이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 뒤 혈류나 후각 경로를 통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산화 스트레스와 뇌 면역세포의 활성화, 만성 염증 반응 등이 신경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 뒤 일부 입자나 그 성분이 혈류를 거쳐 뇌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는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거나 코의 후각신경 경로를 통해 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모든 초미세먼지 입자가 뇌에 침투하는 것은 아니며, 이번 연구가 이러한 과정을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가능성을 바탕으로 대기오염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해석했다.
◇이산화질소는 반대 결과…신중한 해석 필요
이번 연구에서는 이산화질소(NO₂)가 높을수록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반대 결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대기오염 물질들은 서로 연관돼 있고, 거주 지역이나 생활환경 등 측정하기 어려운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도 잔여 교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는 개인별 실제 노출량이 아닌 거주 지역을 바탕으로 추정한 대기오염 농도를 활용했다. 건강보험 진단자료에 의존했기 때문에 실제 증상 발생 시점과 진단 시점이 다를 가능성도 있다.
관찰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 대기오염, 개선됐지만 WHO 권고치 웃돌아
이번 연구는 어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년층을 대상으로 장기간 대기오염 노출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기오염이 호흡기와 심혈관계뿐 아니라 신경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 기간인 2010~2019년 국내 연구 대상자의 추정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5.3㎍/㎥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권고치인 5㎍/㎥의 약 5.1배다.
다만 이 수치는 해당 연구 기간의 추정 노출 농도로, 현재의 전국 평균 농도와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5.6㎍/㎥로,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과거보다 대기질이 개선됐지만 WHO 권고치의 약 3.1배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파킨슨병을 직접 일으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개인별 노출량과 생활환경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기오염이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