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긍정평가 20대 13%·30대 21%…자유·개인 중시 가치관과 충돌
‘주적’ 용어 대체론에도 반감…전문가 “北·中 체제 거부감에 통일 회의론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강신철 국방부 장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청년층의 긍정평가가 20대 13%, 30대 21%에 그치면서 정부의 평화·대화 기조와 청년층의 안보 인식 사이의 간극이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이 싸늘하다. 온라인에서는 '대한민국의 주적은 어디인가'를 묻는 밈까지 확산하며 정부의 대북 기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대화 재개를 강조하는 정부의 메시지가 청년층에는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20대(18~29세) 13%, 30대 21%에 그쳤다.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약 3개월 전 조사에서도 두 연령대의 긍정평가는 10%대에 머물렀다. 청년층의 낮은 평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반응의 배경에는 안보 문제를 바라보는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청년층에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가 안보 불안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 자체보다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최근 안보 현안을 둘러싼 논란도 정부의 대북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당시 이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 비판이 나왔다.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접근이 북한의 위협을 바라보는 현실 인식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기한 '주적' 용어 대체론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8월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대결을 조장한다며 국방백서 등에서 관련 용어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고했다. 그러나 청년층 일각에서는 용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안보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발이 나온다. 대북정책의 변화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안보 의지를 약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주적 챌린지' 관련 쇼츠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6·3 지방선거 기간 청년층을 중심으로 후보들에게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냐"고 묻는 이른바 '주적 챌린지'가 확산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우익 인사들의 발언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북한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인식이 온라인 논쟁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년층의 대북정책 불신은 안보 현안뿐 아니라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세대별 가치관의 차이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의 당위성보다 실익을 따지고 국가·공동체보다 개인의 자유와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정책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2030세대는 자유롭게 성장한 세대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북한의 3대 세습이나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체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현 정부 대북 접근 저자세로 비칠 수도"
이어 “과거 586세대가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했다면 지금의 청년층은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세대적 차이가 북한·중국에 우호적인 민주당의 대외 기조에 대한 반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2030세대는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통일을 통해 얻을 실익이 무엇인지 회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쪽이 지나치게 애쓸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시각에서 보면 현 정부의 대북 접근이 지나치게 저자세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건은 정부가 평화라는 정책 목표와 함께 청년층이 납득할 수 있는 안보 대응 원칙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과 국민 안전을 지킬 방안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청년층의 우려를 단순한 이념 대립으로 치부한다면 정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접촉률은 42.3%, 응답률은 9.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