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보호도 금리 인하도 미흡”...은행장들 국감서 ‘진땀’

박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19 18:04

고객정보 유출 대응·보안 예산 집행 실태 질타
피해 보상 기준도 논란
가산금리 인하 효과 공방
은행장 승계 절차엔 구체적 답변 미흡

금융위 국감 나온 5대 은행장, 답변하는 금감원장

▲(뒷줄 오른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5대 은행장이 국정감사에서 고객정보 유출과 대출금리 산정, 경영진 승계 절차 등을 놓고 집중 질의를 받았다.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과 보안 예산 집행의 적정성부터 가산금리 인하 효과, 은행장 연임 심사까지 은행권의 내부통제와 경영 전반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원들은 은행별 해킹 인지 시점과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을 따져 묻고,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 내역 및 은행장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 해킹 인지 지연·보안 예산 미집행 질타…보상 책임 추궁

이날 국감에서는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은행들의 대응과 피해 보상 방침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신한은행에서 2만5729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언급하며 “신한은행은 15시간 26분 만에 해킹을 인지했고 그 과정에서 2만5729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은 해킹을 인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하나은행도 41시간 44분이나 걸렸다"며 은행들의 대응 지연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피해 보상 기준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KB국민은행이 보상 방침에 '입증된'이라는 문구를 넣어 고객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한 점을 지적하며 “보상을 받으려면 고객이 직접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상 방침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이것이 책임을 느끼는 은행들의 태도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의 질타에 은행장들은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고객님들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지적하신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을 전제로 보안 체계 자체를 AI 기반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성 하나은행장도 “AI 해킹 피해로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예산과 인력을 더욱 확충하고 AI 시스템을 갖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상 방침과 관련해서는 “피해가 발생하면 반드시 전액 배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보안 예산을 편성하고도 실제 집행률이 낮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2025년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이 KB국민은행 58%, NH농협은행 5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예산을 확보하고도 실제 보안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 가산금리 인하 효과 공방…연임·승계 질문엔 답변 미흡

대출금리 산정 방식도 주요 쟁점이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 은행법 시행 이후 가산금리에서 법정 비용을 제외하도록 했지만 일부 은행이 우대금리도 낮춰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우대금리가 어떻게 이렇게 고무줄처럼 적용되는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제외한 것인지, 제외한 척한 것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가산금리가 3.42%에서 3.34%로 낮아졌지만 우대금리도 줄었다. NH농협은행 역시 가산금리가 3.6%에서 3.34%로 내려간 사이 우대금리는 2.19%에서 1.58%로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가산금리가 3.05%에서 3.06%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환주 행장은 “가산금리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데이터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별도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줄어든 부분의 세부 항목을 파악한 뒤 별도로 의원실에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금리 산정 내역을 둘러싼 질의에 두 행장 모두 현장에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기보다 추가 확인을 약속했다.


강 행장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하락에 대해서도 질타를 받았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NH농협은행의 수용률이 2022년 64.9%에서 2025년 32.7%, 올해 상반기 18%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강 행장은 “18%라는 수치에 대해 분모와 분자를 함께 분석해 보고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연말 은행장 인사를 앞두고는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광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5대 은행장과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5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언급하며 “은행장 연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업실적입니까, 내부관리를 잘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회장의 의중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시장에서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며 은행장 후보 추천 과정의 독립성을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질문에는 은행장들의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은행장 인사는 회장의 입김이 아니라 실적과 관리, 내부통제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인선 절차 전반을 점검해 지배구조 개선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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