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부터 면접까지 돈 들이는데”...은행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박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21 17:43

4대 은행 신입 채용 1880명→1280명
순이익-급여 늘었지만 신규 채용 ‘제한적’

영업점 축소·AI 확산에 인력 수요 변화
필기·면접 준비에 교육비 부담까지…취준생 ‘한숨’

2026 서울 워터잡페어 개막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 워터잡페어'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신입 채용에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입사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필기시험과 면접 등 복잡한 채용 절차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비까지 더해지면서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금융 확산과 영업점 축소,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은행권의 인력 수요 구조가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개채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입 행원 채용 규모는 2023년 1880명에서 2024년 1380명, 2025년 1280명으로 감소했다. 2년 만에 채용 인원이 600명 줄어 감소율은 약 31.9%에 달한다.



올해도 채용 규모가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올해 채용 인원은 960명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 계획을 공지한 상태다.


은행들이 신입 채용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력 충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 합격은 불확실한데...은행 취업 준비비는 눈덩이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의 실적 개선세와 대조된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2조2254억원으로 1.7%, 하나은행은 2조1211억원으로 1.7% 늘었다. 우리은행은 1조3730억원으로 11.9% 감소했지만 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조 단위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는 전년 대비 800만원(12.6%) 오른 715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급여가 지급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평균 급여는 1억4000만원을 웃돌 수 있다. 실적과 기존 직원의 보상 수준은 높아졌지만 신규 채용 확대는 제한적인 셈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치열해진 경쟁뿐 아니라 채용 전형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도 부담으로 꼽는다. 은행권 취업은 서류전형 이후 필기시험과 1·2차 면접 등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금융·경제 지식과 직무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 전형별 특성에 맞춘 별도의 준비도 필요하다.


은행 취업 전문 교육 사이트에 은행별 필기시험·면접 대비 강의와 NCS, 금융·경제 상식 등 취업 준비 강좌가 게시돼 있다.

▲은행 취업 전문 교육 사이트에 은행별 필기시험·면접 대비 강의와 NCS, 금융·경제 상식 등 취업 준비 강좌가 게시돼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은행 취업을 전문으로 하는 필기시험·면접 대비 온라인·오프라인 강의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일부 강의는 수강료가 40만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규모가 줄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교육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한 취업준비생은 “서류전형부터 필기시험, 1·2차 면접까지 준비해야 할 관문이 많다"며 “전형별로 준비하는 내용이 달라 온라인 강의나 오프라인 수업을 이용하게 되는데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많은데 채용 규모는 제한적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며 “오랜 기간 준비하더라도 합격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창구 인력 줄이고 디지털 인재 찾고...은행 인력 구조 변화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ATM 모습.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ATM 모습.

신입 채용 감소는 은행권 전반의 인력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정규직 인력은 2022년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408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1174명 늘었으며 전체 임직원 수는 2906명 줄었다. 정규직 인력이 감소하는 사이 비정규직은 증가한 것이다.


은행권의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배경으로는 영업점 축소가 꼽힌다. 4대 은행의 지점 수는 2023년 상반기 2459개에서 2024년 상반기 2448개, 2025년 상반기 2252개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201개로 집계됐다. 3년 만에 약 10.5%(258개) 줄어든 셈이다.


은행 영업점 축소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대면 창구 업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I와 디지털 금융 확산도 채용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은행들은 일반 신입 행원 채용과 별개로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인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과 별도로 AI 분야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지난 3월 디지털·ICT 분야 수시 채용을 진행했다. 디지털 전환과 신기술 대응에 필요한 인력을 선별적으로 확보하는 흐름이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실적 개선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채용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규직 인력 감소와 고용 형태별 증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고객 서비스와 내부통제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확산과 디지털 전환으로 은행권의 인력 수요 구조가 달라지면서 실적 개선이 신규 채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영업점 축소로 창구 업무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AI·디지털 등 전문인력 수요는 늘고 있어 앞으로도 직무별 수요에 맞춘 선별적 채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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