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검출, 드문 일 아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26 12:17

중앙대 등 연구진 혈액 시료 102개 분석
절반 이상서 5종의 고분자 성분 검출
2022년 네덜란드 검출량과 비슷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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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성분 분석 과정 (자료=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2026)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성인의 혈액에서 폴리프로필렌(PP),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폴리스티렌(PS),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에틸렌(PE) 등 5종의 플라스틱 고분자가 검출됐다.


지난 2022년 네덜란드 연구진이 인체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처음 정량 측정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와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2017~2021년에 채취한 혈액 시료 102개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개(51%)에서 정량 가능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돼 한국인 혈액 속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 혈액 시료 102개 분석…평균 농도 1.45㎍/mL


중앙대 화학과 홍성관 교수와 성균관대 통계학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연구팀은 2017~2021년 국내 성인에게서 채취해 보관한 전혈 시료 102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환경연구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인체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의 시간적 변화: 한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기간 중 비교'다.



연구진은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Py-GC/MS)을 이용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대상은 성인 비암 환자의 혈액 시료로, 연도별로 2017년 20개, 2018년 20개, 2019년 21개, 2020년 21개, 2021년 20개였다.


전체 시료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mL당 1.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검출돼 정량 가능한 시료의 농도는 mL당 0.05~35.78㎍으로 차이가 컸다.


검출 빈도가 가장 높은 고분자는 폴리프로필렌으로 전체 시료의 27%에서 확인됐다. 이어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20%, 폴리스티렌 9%,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8%, 폴리에틸렌 3% 순이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ABS와 나일론 계열 고분자 PA66은 검출되지 않았다.


폴리프로필렌은 식품 용기와 포장재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폴리스티렌은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 등에 쓰인다. 폴리에틸렌과 PET 역시 포장재와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 다만 이번 분석만으로 혈액 속 고분자가 어떤 제품이나 노출 경로에서 유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코로나19 시기 농도 오히려 낮아져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과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비교했다. 마스크와 일회용 포장재 사용이 늘면서 미세플라스틱 노출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팬데믹 이전 mL당 1.93㎍에서 팬데믹 시기 0.75㎍으로 낮아졌다. 두 기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팬데믹 시기의 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를 코로나19 방역이나 일회용품 사용 증가가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낮췄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같은 사람의 혈액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한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채취한 보관 시료를 분석한 후향적 단면 연구다. 따라서 개인별 체내 축적량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팬데믹이 농도 변화의 원인이었는지를 확정할 수 없다. 연구 대상자의 식습관과 직업, 생활환경 등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연도별 혈액 시료수도 20~21개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실험을 통해 전체 시료의 절반 이상인 52개(51%)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미세플라스틱 체내 침투는 구체적인 현실로 확인됐다.


◇ 네덜란드 연구진, 2022년 혈액 속 플라스틱 첫 정량 측정


인체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3월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등의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당시 연구진은 이중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22명 중 17명(약 77%)의 혈액에서 정량 가능한 플라스틱 고분자가 확인됐다. 평균 농도는 1.6㎍/mL이었다.


연구진은 PET와 PE, 폴리스티렌·발포 폴리스티렌·ABS 등 스티렌계 플라스틱, PMMA 등 4개 계열의 고분자를 확인했다. 폴리프로필렌도 분석했지만 정량한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연구는 인체 혈액 속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 농도를 처음 측정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번 한국 연구의 평균 농도는 각각 1.45㎍/mL로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표본 규모와 분석 대상, 시료 처리 및 정량 조건이 서로 다르므로 두 수치만으로 한국인과 네덜란드인의 체내 미세플라스틱 노출 수준이 같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 검출 사실과 건강 위해성은 구분해야


이번 연구는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분자별 질량 농도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분석법이 측정한 것은 플라스틱 고분자의 질량이다. 입자의 개수나 크기, 모양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이번 결과를 혈액 1mL에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개수로 바꿔 해석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2024년에도 성인 36명의 혈액을 조사해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확인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팀의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바 있다. 이 연구는 입자 수를 측정한 것으로, 고분자 질량 농도를 측정한 이번 연구와는 분석 방법과 결과 단위가 다르다.


두 연구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성인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한편,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건강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도 혈중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특정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않았다.


인체에 유입되는 경로와 체내 분포·배출 과정, 장기 노출에 따른 영향 등을 밝히려면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동일인을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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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기후에너지부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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