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산업협회 개최 ‘원자력 수출·안전 콘펙스’
한수원, APR1000 넘어 혁신형 SMR로 미래 준비
두산에너빌, 주기기 경쟁력 토대로 ‘SMR 파운드리’
한전 계열, 원자력연료·소형원자로·정비로봇 소개
전시에 70여곳 참여…콘퍼런스·개막식 등도 예정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공급하기 위해 기존 원자로 모델 APR1400을 개량한 APR1000의 모형. 사진=정승현 기자
27일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지난해 10월 APEC이 열렸던 이곳으로 한국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국내 및 글로벌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발걸음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와 HICO가 이날부터 3일간 공동 개최하는 '제 3회 국제 원자력 수출 및 안전 콘펙스(NES 2026)'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장에는 원전 기자재부터 건설, 정비·안전, 해체 등 원전 사업의 전 주기에 걸친 70여개 기업들이 역량을 알리러 나왔다. 원전 프로젝트 수행과 발전소 운영 경험을 쌓아온 한국수력원자력부터 핵심 기자재를 제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 국내외 경험을 토대로 원전 건설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고객들이 한국 원자력 발전 기자재부터 건설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관심을 보였다.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은 전시장 곳곳에 서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이동했다.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이 우수한 대형 원전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원자력 산업이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 급증 전망에 따라 SMR이 미래 성장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기술개발사업단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혁신형 SMR(i-SMR)의 모형. 사진=정승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은 대형 원전용 경수형 원자로를 개량한 노형과 이 기술력을 토대로 연구·개발을 해온 SMR 모델을 소개했다. APR1000은 그간 대부분의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등에 적용해온 자체 원자로 모델 APR1400을 개량한 것이다. 발전 용량을 1400메가와트(MW)에서 1000MW로 줄여 유럽을 비롯한 해외 원전에서 쓰임새를 확대하고, 기존 모델보다 격벽을 추가하고 계통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 모델은 지난 2024년 한수원을 비롯한 '팀 코리아'가 수주해 건설 준비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간 쌓아온 경수형 원자로 기술력을 이용해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기술개발사업단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혁신형 SMR(i-SMR)도 전시했다. 발전용량 170MW급의 가압 경수로로 이뤄진 i-SMR은 원자로 반응 속도를 제어하는 데 쓰이는 산성 분사수가 없어도 안정적인 반응속도 조절이 가능하도록 개발돼 제작 비용을 줄였다. i-SMR은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설계를 마친 뒤 현재 설계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지난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SMR 부지로 선정된 부산 기장군에 최초로 들어설 예정이다.
현장에 있던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의 미래 원전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SMR 개발에 힘써왔다"며 “i-SMR 초도 제품이 기장 원전 부지에 설치된 뒤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 주요 참고 지표(레퍼런스)가 돼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도 SMR을 공급할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제작을 맡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로 APR1400의 모형. 사진=정승현 기자
원자로 주기기를 제작할 공급망 핵심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도 SMR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APR1400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핵심 기자재 제작을 맡아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 원자로 23기와 증기발생기 80기를,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과 UAE, 중국 등에 원자로 11기와 증기발생기 44기를 공급했다.
주기기 제조 경쟁력은 SMR으로도 이어져 뉴스케일과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롤스로이스 등 주요 SMR 설계사들의 제작 의뢰를 받는 일명 'SMR 파운드리' 역할을 맡고 있다. 각 설계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능과 경제성을 갖춘 SMR 설계로 인정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이 발전 환경부터 대량 생산, 관련 규제까지 고려해 적합한 설계 또는 실제 제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논의한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SMR용 주기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하다"며 “설계사들이 제작을 요청하면 제작을 위한 설계 수정 제안, 목업, 규제 검토 등을 거쳐 실제 생산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기술이 기본설계를 진행 중인 소형 원자로 시스템 '반디'와 한전원자력연료가 원자력 발전소에 공급하는 원자력연료 'PLUS7', 한전KPS가 개발한 원전 고온고압배관 검사·정비 로봇(왼쪽부터). 사진=정승현 기자
한국전력공사와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KDN 등 한전 계열사들은 연료 공급과 점검·보수, 소규모 원자로 등 원전 공급망 내에서 갖춘 다양한 기술력을 강조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APR1400·OPR1000에 쓰이는 원자력 연료 'PLUS7'와 성능을 강화한 원자력 연료 '하이퍼16' 연료 접합체, 사고저항성 연료 접합체 모형을 소개했다. 한국전력기술은 열 생산과 전력 생산 능력이 각각 200MW, 60MW인 소형 가압경수형 원자로를 공개했고, 한전KPS는 원전 고온고압배관 검사·정비 로봇 개발을 통해 원전 정비 자동화 역량을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원전 건설 수행 경험이 풍부한 국내 건설사들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요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행사에 나섰다.
현장에 있던 삼성물산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등 대형 원전 시공을 수행한 경험과 화력발전소·석유화학 공장 등 대형 복합 플랜트의 설계·조달·시공(EPC) 경험을 토대로 세계 원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혁신형 SMR 플랜트를 공략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뉴스케일과 GVH, 롤스로이스 등 다양한 SMR 설계사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 주관사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원자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원전 인프라의 EPC를 국내 건설사들 중 최초로 수행하게 됐다"며 “'팀 코리아'가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짧은 사업 수행 기간과 납기 준수 능력을 토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