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신약 관련주 올해 급등세
루닛, 신약개발 지원 사업 확대
SCOPE 사업가치 최대 6500억
유상증자 등 재무 구조는 변수
▲사진=챗GPT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산업에 대한 증시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뿐 아니라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AI 분석 기업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의료 AI 기업 루닛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계기로 상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기존 영상진단 사업에 가려졌던 AI 신약개발 관련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루닛은 장이 시작되자 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루닛 주가는 지난 5월 2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크게 하락한 뒤 8월부터 1만원 선을 밑돌았으며, 9월에는 8000원 아래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반등 흐름을 보이다 전일 1만5000원대까지 올라섰다.
최근 급등세는 미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AI 신약개발 사업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루닛은 전날 미국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서밋 테라퓨틱스와 차세대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 개발을 위한 AI 바이오마커 연구 협력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보네시맙은 면역세포 활성화와 혈관 생성 억제 기전을 결합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루닛은 자체 AI 병리 분석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군을 구분하는 연구를 지원한다.
이번 협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AI를 신약개발 과정에 적극 도입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앞서 지난 9월 아스트라제네카는 서밋에 20억달러(한화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발표하고, 서밋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과 자사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병용하는 임상시험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증시에서는 AI 신약개발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 가운데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기업 중 13곳이 헬스케어 기업으로 집계됐다. 특히 모더나는 578.54%,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는 341.11%, 10x지노믹스는 338.69% 상승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AI 활용 신약개발과 합성생물학, 유전체 분석 등 관련 분야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다.
NH투자증권은 AI 신약개발 산업의 투자 범위가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시험 지원과 환자 선별 기술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바이오마커는 암 조직을 분석해 특정 항암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로, 임상시험에 활용된다.
루닛은 기존 영상진단 사업과 별도로 AI 병리 분석 사업인 '루닛 스코프(SCOPE)'를 운영하고 있다. SCOPE는 제약사의 항암제 연구와 임상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루닛은 지난달 미국 10x지노믹스와도 항암제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발굴을 위한 협력을 발표했다.
NH투자증권은 루닛의 기존 암 검진 사업가치를 약 8000억원, SCOPE 사업가치를 최소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AI 병리기업 인수합병 사례를 참고한 평가다. 특히 애질런트의 프로시아 인수 사례에 적용된 매출 배수를 기준으로는 SCOPE 가치를 4600억~6500억원으로 추정했다.
SCOPE 사업의 매출 확대도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약 100억원이었던 매출이 내년 350억~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루닛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 20곳 중 8곳과 매출이 발생하는 연구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관건은 AI 바이오마커 기술의 상업화 여부다. 아직 관련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임상에서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올해 4분기 발표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다트로웨이' 임상 3상 결과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꼽힌다. 해당 임상은 루닛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AI를 활용한 환자 선별 기술의 가능성을 가늠할 사례다.
루닛 자체의 재무 부담도 변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831억원에 달했으며 올해 초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NH투자증권은 잔여 전환사채 원금을 약 600억원으로 추정하고 추가 자본조달 가능성도 제기했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향후 자금 확보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닛의 기존 주력 사업인 암 스크리닝만으로도 현재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며 “이제는 그동안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AI 바이오마커 사업인 SCOPE의 가치를 반영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AI 병리기업 인수 사례를 고려하면 SCOPE의 사업가치는 보수적으로도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로슈의 패스AI 인수 사례를 적용하면 약 1조5000억원까지 평가할 수 있으며, 향후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추가적인 가치 상승 여력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