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개 기업·대학·연구기관 협의체 출범…제조현장 기술 실증 본격화
시흥에 피지컬 AI 확산센터 구축…2027년 재난안전·2029년 일상돌봄 확대
무인소방로봇·자율작업로봇 시연…산업혁신과 도민 안전 동시 추진
▲인사말 중인 추미애 지사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인공지능(AI)이 화면 밖으로 나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화재현장에 투입되며 어르신의 일상까지 돌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경기도가 이러한 변화를 산업현장에 먼저 적용하고 재난안전과 돌봄 분야로 확대하는 '피지컬 AI 대전환'을 선언했다. 생산성 향상을 넘어 노동자와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고 돌봄 공백을 줄이는 데 첨단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28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미래모빌리티동에서 '경기도 피지컬 AI 대전환 선포식'을 열고 '피지컬 AI로 만드는 안전한 경기도'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임병택 시흥시장,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등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로봇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 등 66개 기관이 참여하는 '경기도 피지컬 AI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기계, 자동차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 뒤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공장 자동화를 넘어 변화하는 작업환경에 대응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산업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의 전략은 제조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공공안전과 생활서비스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단계적 확산이다.
우선 올해 성남 산업단지 제조기업 9개사를 대상으로 피지컬 AI 도입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3개 공정에서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절단과 성형, 정밀가공, 조립, 검사, 물류 등 공정별 수요를 발굴해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확산의 거점은 시흥에 구축되는 '경기도 피지컬 AI 확산센터'다. 도는 2026년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도비 30억800만 원을 투입해 센터 구축과 기업 컨설팅, 제조공정 실증, 기술 교육 등을 추진한다.
확산센터는 제조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하고 공급기업과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등 로봇기업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제조공정별 분과를 구성해 기업의 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공동 개발과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특히 강조하는 분야는 재난안전이다. 2027년부터 소방과 재난 등 위험 분야로 기술 실증을 확대하고 돌봄로봇 시험에도 착수한다. 2029년부터는 어르신과 장애인의 낙상 예방, 생활 보조 등 일상돌봄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술 시연도 진행됐다.
화성소방서의 무인소방로봇 '파이로(FIRO)'가 대표적이다. AI 열화상 기술을 적용한 이 로봇은 연기 농도 85%의 환경에서도 최대 17m 거리의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위험구역을 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꽃의 색깔을 인식해 분류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추미애 지사가 손을 내밀자 로봇이 꽃을 건네는 장면도 연출됐다. 사족보행 안내로봇과 자율주행버스, 돌봄로봇 등도 소개됐다.
다만 기술 시연이 실제 현장 적용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기업의 도입 비용과 작업환경 적합성, 로봇의 안전성, 유지관리 체계 등은 상용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난현장에서는 극한 환경에서의 작동 신뢰성과 기존 구조·구급체계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돌봄 분야 역시 이용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사람의 돌봄을 보완하는 역할 설정이 필요하다.
추미애 지사는 “기술의 발전을 속도와 생산량으로 이야기해 왔지만 이제는 그 기술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가라는 기준을 더하고자 한다"며 “산업현장의 노동자와 재난현장의 소방관 모두의 생명을 지킬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찾고 해법을 만들고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도록 경기도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피지컬 AI 대전환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재해 예방, 재난 대응, 돌봄서비스를 하나의 기술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앞으로 66개 기관의 협력이 실제 기술 개발과 현장 도입으로 이어지고, 생산성 향상과 안전사고 감소 등 측정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