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우 교수 “유엔사 부지 세 차례 정화에도 네 번째 오염…용산공원은 정화 시작도 못 해”
녹사평역 지하수 벤젠 기준치 1400배 초과…주변 주거지 증기침해 가능성 제기
기후부 “반환 전 오염 확인했지만 조사·정화 명령은 지자체 사무”…관계기관 협의 강조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및 주변부지 환경안전 충분한가?' 정책세미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용산공원과 주변 지역의 토양·지하수 오염 실태 및 환경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서울 용산공원과 주변 지역의 토양·지하수 오염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확인된 오염에도 정밀조사와 정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존 조사에서 오염이 확인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조사·정화 명령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염 사실은 확인됐지만 후속 조치의 책임과 권한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어 환경관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및 주변부지 환경안전 충분한가?' 정책세미나에서는 용산공원과 유엔사 부지, 녹사평역 일대의 토양·지하수 오염 실태와 정부의 정화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환경공학회와 한국환경법학회가 후원한 이날 세미나에는 환경공학·환경법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승우 국립군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용산공원 개발에 앞서 유엔사 부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오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유엔사 부지는 세 번의 조사와 세 번의 정화를 거쳤는데도 2023년 착공 이후 네 번째 오염이 발견됐다"며 “1만5000평 정도의 작은 부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용산공원은 엄청난 면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용산공원은 아직 정화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깨끗하게 바뀔지 저도 모르고 어느 누구도 모른다"며 “제대로 된 조사를 해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유엔사 부지에서 오염이 반복적으로 발견된 원인으로 부족한 조사 밀도와 비용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토양조사 비용의 단가가 너무 낮다"며 “이미 오염이 발견된 곳이기 때문에 아주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법에 의한 최소한의 조사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 1만5000평 규모의 유엔사 부지에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조사한 지점이 3~5곳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최초 조사에서는 불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후 정밀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 유류 오염물질과 비소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세 개나 다섯 개 지점을 조사해서는 당연히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존 조사 방식으로는 오염 범위와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염 신고와 정밀조사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2023년 11월 유엔사 부지에서 토양오염 신고가 이뤄진 다음 날 정밀조사 보고서가 제출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양오염이 신고됐으면 관할 관청에 신고하고 정밀조사 명령을 받아 조사를 해야 한다"며 사업자가 조사 범위와 오염 면적을 자의적으로 설정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 오염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정 교수는 “녹사평역 주변에는 아직도 기준치를 1400배 초과하는 벤젠이 존재한다"며 “벤젠은 1급 발암물질인데 지금까지 크게 문제 되지 않은 이유는 이 지역에서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하수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오염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사람이 지하수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영향은 있다. 오염 가스가 올라오기 때문"이라며 “휘발성 물질이 실내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수에 포함된 휘발성 유해물질이 토양의 빈 공간을 따라 이동한 뒤 건물 내부로 유입되는 '증기침해'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정 교수는 유엔사 부지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녹사평역 주변 오염 지하수가 사업부지로 유입될 가능성이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 검출된 사실을 언급하며 외부 오염물질의 유입 여부를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가 행정구역이나 사업부지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 만큼 용산공원 내부뿐 아니라 인근 주거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2021년 환경부가 실시한 위해성평가 결과도 언급했다. 당시 평가에서 용산공원이 주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정승우 국립군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및 주변부지 환경안전 충분한가?' 정책세미나에서 용산공원과 주변 지역의 토양·지하수 오염 실태 및 환경관리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문제는 이처럼 오염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조사·정화 책임이 명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다.
이날 토론에서 장윤영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은 “반환된 용산공원 부지에서 오염이 확인됐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정밀조사와 정화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조유진 기후에너지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2009년 이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반환 예정 미군기지에 대해 국방부 요청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며 반환 전 오염조사 경위를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조사는 미군 측과의 반환 협의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조사·정화 명령과는 별개의 절차라는 입장이다.
조 과장은 “국방부 또는 국토부가 토양환경보전법상 정화책임자가 될 수 있다"며 “용산구청에서 조사와 정화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국토부에서 확정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계획에 따라 관련 법령상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이 정부가 기존 조사에서 확인된 오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조 과장은 “저희가 인정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SOFA 규정에 따라 반환 전에 조사한 결과 오염된 것이 맞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후부가 직접 조사·정화 명령에 나서는 데 대해서는 법적 권한의 한계를 강조했다.
조 과장은 “조사와 정화 명령은 지자체 고유 사무"라며 “저희가 정화책임자도 아닌 상황에서 토양환경보전법상 조사를 근거로 직접 나서는 것은 법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절차를 거쳐 조사하고 정화할 것인지는 국방부 또는 국토부가 용산구청과 협의해야 할 상황"이라며 “그 과정에서 제도적인 문제나 허점이 있다면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기후부는 반환 전 조사에서 오염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정화 명령과 후속 조치는 국토부·국방부 및 관할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현행법상 기관별 역할이 구분돼 있다는 설명이지만, 이미 오염이 확인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후속 조치를 총괄하거나 관계기관의 정화 이행을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이날 답변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용산공원처럼 오염 범위가 넓고 주변 주거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대규모 반환부지에서는 개별 기관의 법적 소관만으로 충분한 환경관리가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정 교수의 발제에서도 기존 조사 방식의 한계와 추가 오염 발견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시됐지만, 기후부는 관계기관별 법적 권한과 현행 제도 운영에 대한 설명에 무게를 뒀다.
이날 논의는 용산공원 개발 여부를 넘어 이미 확인된 오염에 대해 누가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정밀조사와 정화에 나설 것인지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이 선제적인 조사와 주변 주거지역까지 포함한 통합적 환경관리를 요구한 가운데 정부는 현행법상 권한과 절차를 강조하면서, 관계기관 간 책임 분담이 실제 정화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과제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