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익 둔화 속 ‘보험손익’ 방어력 확보 주력
주요 보험사 CSM 확대, 미래 수익성 강화
예보료 인상 땐 사업비 부담↑ 성장 전략 변수
▲KB손해보험·신한라이프·동양생명
금융지주 비은행 사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보험사들이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실적 향상을 주도했던 투자손익의 힘이 떨어진 만큼 본업의 선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속 채널을 강화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내 입지 향상을 추진하는 것도 더 많은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행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KB손해보험의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10조8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다. CSM은 보험업에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이익으로, 상각액이 보험손익에 반영된다.
8.4% 늘어난 CSM 상각액(6951억원)은 올 1~3분기 보험손익(7421억원) 13.1% 향상에 일조했다. 금리와 환율을 비롯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손익(2240억원)이 43.2% 줄었지만, 당기순이익(6811억원) 하락폭을 11.2%로 방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KB손보는 신계약 CSM(1조1882억원)이 소폭 감소했으나, 헬스케어 플랫폼과 연계한 건강보험 등을 앞세워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KB라이프의 CSM 잔액(3조6994억원)은 15.8%, CSM 상각액(2591억원)은 17.8% 증가했다. 예실차가 95억원에서 -364억원으로 악화됐음에도 보험손익(2013억원)이 6.7% 감소에 그친 이유다. KB라이프는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을 필두로 기존 종신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중으로, 신계약 CSM(4412억원)은 15.1% 불어나면서 보험손익의 토대가 강화됐다고 보고 있다.
◇ 영업환경 악화에도 거둔 성과
앞서 실적을 발표한 다른 곳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자의적으로 CSM을 부풀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변화되면서 신계약 CSM 산정 수치가 축소됐지만, △간병보험을 비롯한 고마진 상품 판매 △보유계약 유지율 향상 △생산성 제고 등에 힘입어 CSM 잔액이 커졌다.
신한라이프(8조423억원)의 경우 5.7%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신계약 CSM도 1조원을 넘어섰다. 보험금 예실차가 악화되면서 보험손익(4744억원)이 17.3% 감소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14.8% 증가한 까닭이다.
동양생명도 CSM 잔액(2조6948억원)을 9.7% 끌어올렸고, 신계약 CSM(4322억원, +1.4%)은 지난해 연간 기록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1~3분기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1900억원의 CSM 상각액이 보험손익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금융지주계 보험사 실적이 하락한 것과 달리 당기순이익(1170억원) 6.4% 성장에 성공한 점도 특징이다.
NH농협생명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사업비 예실차 악화와 손실계약비용 증대로 보험손익(1966억원)이 1000억원 넘게 하락했지만, CSM 잔액(4조9762억원)은 16.4% 확대됐다. 특히 신계약 CSM(8471억원)이 95.5% 급증했다. 농협생명이 미래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로 제시한 연간 1조원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하나손해보험(3029억원, +13.3%)과 iM라이프(566억원, +28.9%) 등도 CSM 잔액을 키웠다. 각각 대면 영업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신계약 CSM 확보에 매진한 덕분이다.
◇ 예보료 조정에 '긴장'
▲보험사들이 CSM 증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이미지=제미나이]
그러나 예금보험료율 상승이라는 악재가 다가오고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예금보험료가 높아지면 지급해야 하는 예상 사업비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 미래 보험료 수입에서 사업비 등을 뺀 값인 CSM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막론하고 CSM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연구용역으로 나온 비율이 아니라 업권에서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조정돼도 KB손보의 CSM만 5000억원 이상 줄어든다는 이유다.
앞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식 예보 사장에게 세부 데이터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예금보험공사의 연구용역을 통해 기존 0.15%인 손보사 예보료율을 0.50%, 생보사(0.15%)는 0.40%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의 보고자료(손보사 0.154%, 생보사 0.171%)와 큰 차이를 보여준다. 예보는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는 중으로 예금보험료율 개편 회의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보험료 증가율이 올해 보다 크게 꺾이는 등 업황 부진에 대한 걱정이 심화되고 있으나, CSM 확대를 통한 질적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