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실적 발표에 아시아 반도체주 동반 급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 6~9%대 폭락
수익성 우려 확산…호실적에도 매도세
AI 투자심리 회복의 ‘마지막 시험대’ 주목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빅테크의 실적과 투자 전망이 AI 산업의 수익성 논란을 키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반도체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 인텔의 부진한 실적 전망이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를 키운 가운데 아마존마저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으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7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5.59% 급락한 56605.82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9% 하락한 5760.35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이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47% 하락한 21만7000원, SK하이닉스는 9.11% 폭락한 13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관련주인 어드반테스트와 키옥시아도 각각 9%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대만 TSMC 역시 2%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1년간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아시아 반도체주들의 동반 급락은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다시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게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막대한 투자지출 계획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매출 실적을 공개한 이후 주가가 12.64% 급락했다. 이는 사상 최대 하락률이다.
여기에 인텔과 아마존이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과 전망도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인텔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3% 폭락했다.
아마존 역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자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7.3% 급락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간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직전 분기 말 기준 76억달러 적자에서 약 5.6배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2200억달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을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알파벳 주가가 폭락한 배경에도 비슷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51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도 전 분기 58억5500만달러에서 90억6500만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알파벳은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결국 AI 인프라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금 창출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더(사진=EPA/연합)
블룸버그는 최근 실적 발표로 AI 관련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깊어졌다며 막대한 투자지출이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인텔의 부진한 전망은 반도체 수요 자체에 대한 불안감까지 자극했다. 인텔은 PC 시장이 올해 12% 위축된 데 이어 내년에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PC 수요가 둔화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플러드라인스 리서치의 애나 우 설립자는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은 AI 관련 기업들에 가혹했다"며 “AI 거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신용 위험이 결국 하이퍼스케일러들로 하여금 인프라 구축 속도를 늦추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시장분석가는 “AI에 대한 회의론이 오늘도 아시아 기술주와 반도체주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남아 있다"며 “아시아 반도체주의 주가 반응은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속도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계속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로고(사진=로이터/연합)
물론 최근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고 추가 주주환원 정책까지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현금흐름과 견조한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그러나 주가는 29일 0.16%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단순히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8% 급증한 110억3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107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샌디스크 주가는 29일 정규장에서 5.3% 하락했고,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낙폭이 확대됐다.
한편 향후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와 17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가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이제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로 향하고 있다.
우 설립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이번 실적 시즌에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