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다문화·외국인 노동자 보도에 정정·사과 요구
SNS에서 한겨레·경향·JTBC 등 진보성향 매체까지 겨냥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 보도를 직접 지목해 반박하거나 정정·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대통령의 소통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정책부터 농지 전수조사, 부동산, 대미 투자 협상까지 비판 대상도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경향신문의 SNS 관련 보도를 비판한 계정 글을 공유하며 “언론의 교묘한 제목 장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겨레를 겨냥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라고 적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발언한 뒤 한겨레가 '도움 안 돼'라고 제목을 달자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한겨레는 이후 제목에 '크게'를 추가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대미 투자 협상을 둘러싼 보도에도 직접 대응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정부 정책 관련 기사를 쓸 때 정부에 한번 물어보기만 해도 다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아쉽다"며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교차검증, 아니 당사자에게 물어 보지조차 안 한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JTBC가 '한·미 전략투자 업무협약(MOU)이 일본에 비해 한국에 불리하게 체결돼 손실 위험이 크다'는 취지로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도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공공 산후조리원 이용 우선순위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며 다문화가족 우대 제도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임호근 청와대 인구정책비서관은 지원 자체를 없애려는 취지가 아니라 우선 이용 혜택을 더 필요한 산모에게 배분하도록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주간경향의 <“월 15만원에 산골 달라졌다"…'기본소득 실험' 정선에 가보니> 제목의 르포 기사에 대해서는 “심층취재 기사로 현황파악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농어촌기본소득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가야겠다"고 호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농지 전수조사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제안으로 추진됐다고 밝힌 뒤, 일부 언론이 책임 전가로 해석하자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가지고 쓴 것인지 의문"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부동산 정책 효과 관련 보도를 지적했고, 설탕부담금 제안이 '설탕세 도입'으로 보도된 데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언론사 데스크까지 맡으려는 모양"
이 같은 대응을 두고 여권에서는 국정 현안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대미 투자 협상이나 농지 개혁처럼 정책의 성패와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가 여론을 형성하면 정책 추진에도 부담이 된다는 논리다. 기존 대변인 브리핑보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편이 빠르고 파급력도 크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언론사의 편집과 보도 과정에까지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만기친람으로도 부족해서 언론사 데스크까지 맡으려는 모양"이라며 “정권 전체가 나서서 시시콜콜 언론을 겁박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은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를 넘어 정부의 의사소통 구조에도 걸쳐 있다. 대통령이 SNS에서 먼저 특정 보도를 비판하면 담당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뒤따라 해명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대통령의 발언은 일반 정치인의 주장과 달리 정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권력자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언론사가 대통령의 비판을 단순한 반론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대통령의 공개 비판은 정부 조직과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일반적인 반론과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특정 기사를 지목해 정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면 취재 현장에서는 비판적 보도에 따르는 부담을 의식하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언론과 청와대의 충돌은 주요 정치적 갈등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 기자실 개방과 개방형 브리핑제를 추진했고, 2007년에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둘러싸고 언론계와 대립했다. 당시 갈등이 기자실과 취재 시스템 등 제도 개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 대통령 때는 SNS를 통한 대통령 개인의 실시간 반박이 주요 통로라는 차이가 있다.
언론 보도의 오류를 바로잡는 절차는 법률에도 규정돼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을 경우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보도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반론보도를 청구할 권리도 보장한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 절차도 마련돼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직접 소통과 정부의 공식적인 언론 대응 체계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국가 정책의 방향과 국정철학을 설명하고, 개별 보도의 사실관계에 관한 반론과 정정 요구는 청와대 대변인실과 담당 부처가 근거를 제시해 처리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 전체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언론과의 개별 공방에 직접 나서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정책 메시지와 행정 책임의 경계는 흐려질 수 있다.
이준우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퀘어'에 출연해 “대통령이 직접 소통이라는 이미지는 갖고 싶겠지만 그러기에는 책임져야 될 일, 그리고 혼선을 야기했을 때 그것을 수습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며 “그게 민주당에서 박지원 의원도 그렇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그렇고 '취지는 좋으나 SNS 줄여라',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