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간선거 참패 가능성
폴리마켓·예측기관 ‘블루 웨이브’ 우세
민주당 승리, AI 규제 강화 우려…韓 반도체株 긴장
이란 공습 재개 가능성…유가·환율·美 국채금리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좌우할 중간선거가 임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이란 전쟁 확전 위험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선거가 글로벌 증시는 물론 국제유가, 외환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민주당 '블루 웨이브' 현실화하나
3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메인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선출한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53석과 하원 218석을 확보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전반기에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의회에서의 공화당 우세였다.
그러나 이란 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급등, 높은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4년 대선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블루 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탈환)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 한국시간 2일 오전 11시 50분 기준,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은 70%에 달했다.
미국 선거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확률을 83%, 상원 탈환 확률을 62%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서 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 영상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자신이 “미스터 비토(거부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법안을 올리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한두 달 동안 모든 법안이 거부되면 결국 그것이 시간 낭비라는 사실을 깨닫고 협상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그런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폴리마켓 중간선거 판세 추이.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장악할 가능성(하늘색)은 70%에 달한다. 민주당 하원·공화당 상원(파란색)은 26%, 공화당 상·하원 장악(노란색)은 8%, 공화당 하원·민주당 상원(주황색)은 2%로 뒤를 이었다. 사진=폴리마켓
◇ 민주당의 AI 규제 강화…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격탄 우려
이번 선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관련주들이 이미 상당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짙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안전성, 데이터센터 개발, 전력 비용 등이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AI 개발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거나 무역·기술 정책에 대한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의 에릭 로버트슨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주정부 차원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이미 막대한 부채를 동원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상승하거나 개발이 지연되면 AI 투자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AI 투자 확대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와 핵심 하드웨어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건설 둔화 가능성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으며, 관련 우려가 AI 주식의 추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며 “AI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인은 한국, 대만,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권오성 수석 주식 전략가도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확실한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반도체주가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공화당이 예상을 깨고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기존 AI 산업 육성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AI 인프라에 대한 구조적인 수요는 유지될 수 있으며, 규제 강화 가능성이 곧바로 반도체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로이터/연합)
◇ 美 중간선거 후폭풍…유가·환율 촉각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고미캐피털의 무라마쓰 가즈유키 투자운용 총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중간선거 이후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12월물은 지난달 30일 배럴당 117.6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4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 경우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 강세도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P파리바의 리웨이 다자산 투자 총괄은 분점 정부 체제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재정정책 확대가 제약을 받을 경우 아시아 수출기업들과 자국 채권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의 캐럴 콩 전략가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미국 금리의 상승 압력을 완화해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공화당이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매도세가 거세지고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