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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원 투자에 日이 절반 이상 지원…이재용이 요코하마로 간 이유

전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1.02 09:10

일본 정부·요코하마시 최대 225억엔 지원
소부장 50여곳 밀집…소재·장비 검증기간 단축
국내 양산·日 요소기술 연구 분업…AI 반도체 패키징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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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일본 요코하마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APL)에서 카와히라 히로이치(왼쪽) 삼성전자 DS 리서치 재팬 연구소장(부사장), 카리야 다카시(오른쪽) APL 랩장(상무) 등과 함께 패키징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7주년인 1일 국내 사업장이 아닌 일본 요코하마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을 찾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3500억원을 투자하는 연구시설이지만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주변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 회장의 일본행은 단순한 해외 현장경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끌어들이는 일본의 투자환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미세공정에서 첨단 패키징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보조금과 소부장 생태계, 기술 검증 속도가 기업의 연구개발 거점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 日 공공자금, 삼성 투자액의 최대 56%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일본 요코하마의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방문해 차세대 패키징 소재·공정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 소부장기업과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APL은 지난 9월 공식 개소한 삼성전자의 일본 내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400억엔, 약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웨이퍼 본딩과 유리기판 등 차세대 소재·공정뿐 아니라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패키징 구조를 연구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의 지원 규모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 APL에 최대 200억엔을 지원하고 요코하마시도 25억엔을 별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한도를 모두 적용하면 공공자금은 총 225억엔으로, 삼성전자 전체 투자액의 56.3%에 해당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받는 최종 금액은 투자 집행과 지원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연구개발 거점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공장뿐 아니라 연구시설까지 대규모 보조금으로 유치하려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정책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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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지성 기자

◇ 소부장 옆에서 바로 시험…두 달 걸리던 검증 단축



삼성전자가 요코하마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소부장 생태계다. 일본에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이비덴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 웨이퍼 절단·연마장비 분야의 디스코 등 첨단 패키징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 약 50곳과 협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PL은 이들 기업이 개발한 소재와 장비를 현장에서 곧바로 시험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에서 개발한 소재를 한국으로 가져와 화학물질 승인과 수출입 절차를 거쳐 평가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최대 두 달가량 검증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첨단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칩 간 데이터 전송속도뿐 아니라 전력 소비와 발열을 좌우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은 '원스톱 솔루션'을 강화하려면 소재·장비업체와의 공동개발 및 검증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경쟁사인 대만 TSMC도 일본의 소부장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TSMC는 2022년 이바라키현 쓰쿠바에 3D 반도체 패키징 연구센터를 열었다. 일본 정부는 총사업비 약 370억엔 가운데 약 190억엔을 지원했고, 이비덴·아사히카세이·디스코 등 일본 기업 20여곳이 사업에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투자비 절반가량을 지원받아 일본에 패키징 연구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 국내 생산 이전 아닌 한·일 연구 분업


삼성전자의 일본 투자를 국내 패키징 기능의 이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삼성전자는 APL이 국내 반도체연구소 산하 패키징 조직과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며 양측의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천안·온양사업장이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양산을 담당하고, 일본 APL은 소재·장비업체와의 요소기술 공동개발과 사전 검증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도 지난 6월 천안사업장을 찾아 HBM 후공정과 패키징 경쟁력을 점검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투자는 반도체기업의 투자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부지 제공이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만으로는 부족하고, 보조금과 전문인력, 소부장기업의 집적, 신기술을 빠르게 시험할 수 있는 규제·행정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연구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APL을 일본 소부장기업과 삼성의 반도체 역량을 연결하는 글로벌 연구협력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요코하마의 인력과 산·학·연 인프라를 활용해 APL을 연구협력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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