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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14년 결실…‘우수 연구자’ 10명 첫 선정

김하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1.05 14:01

누적 1.2조 투입·916개 과제…연구인력 1만7000여 명 참여
기초과학 4명·소재ICT 6명 선정…AI 서버 병목 해법 등 발표
프로티나 코스닥 상장·망고부스트 창업…연구에서 사업으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이 개최됐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기술중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2013년 출범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14년간의 성과를 처음으로 결산했다. 국내 첫 민간 주도형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인 이 사업에는 지금까지 1조2000억 원이 넘는 연구비가 들어갔다. 삼성은 이날 그간 지원한 과제 가운데 학계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남긴 연구자 10명을 골라 처음으로 시상했다.


◇ “블랙홀부터 AI 서버까지" 14년 결실 담은 첫 시상


삼성은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열었다. 애뉴얼 포럼은 과제를 수행 중인 연구자와 학계·산업계 전문가가 성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201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박충권 국민의힘·서왕진 조국혁신당·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박홍근 삼성전자 SAIT 원장(사장), 장석훈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와 연구진 4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처음 도입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우수 연구자' 시상이었다. 삼성은 기초과학과 소재·ICT 분야의 완료 과제 644개를 대상으로 연구의 우수성과 성과의 확장성, 연구자의 성장성, 학계·산업계 파급력을 종합 평가했다. 분야별 석학으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이 약 4개월간 심사해 10개 분야에서 1명씩 뽑았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오성진 미국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 교수(수리과학), 이현우 포스텍 교수(물리학), 박정원 서울대 교수(화학), 정원석 KAIST 교수(생명과학)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소재·ICT 분야에서는 김봉수 UNIST 교수(전자소재), 유창식 성균관대 교수(전자소자), 최장욱 서울대 교수(에너지·환경), 유홍기 KAIST 교수(바이오·메디컬), 김장우 서울대 교수(통신·컴퓨팅), 황성주 KAIST 교수(AI로보틱스) 등 6명이 선정됐다. 삼성은 수상자들에게 명예 타이틀과 함께 맞춤형 기술 자문과 산업계 교류, 창업·지식재산권(IP) 멘토링, 후속 연구를 지원한다. 해당 분야 주요 연구진을 초청하는 기술 워크숍 개최도 돕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국양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날 수상자 3명이 연구 성과를 직접 발표했다. 오성진 교수는 우주를 이루는 입자들이 힘을 주고받는 원리를 담은 '양-밀스 방정식'이 블랙홀 내부 같은 특이한 환경에서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수학적으로 밝혀냈다. 블랙홀 내부의 안정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로, 오 교수는 이 업적으로 '2026 삼성호암상' 과학상(물리·수학 부문)도 받았다.


최장욱 교수는 물 기반 전해액을 써 불이 나거나 폭발할 위험이 거의 없는 '수계(水系) 전지'의 약점을 개선했다. 수계 전지는 그동안 저장 용량이 적고 성능이 쉽게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최 교수는 성능 저하의 원인을 규명하고 전극과 전해액 소재를 새로 개발해 해결의 길을 열었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받는다.


김장우 교수는 AI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불거진 데이터센터 서버의 병목 현상에 주목했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모든 작업을 떠안는 대신, 데이터 이동과 관리를 전담하는 데이터처리장치(DPU)에 일을 나누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를 개발했다. 김 교수는 AMD와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차세대 AI 인프라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오후에 이어진 '미래과학기술포럼'에서는 기초과학 4개 분야와 공학 6개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가 폭넓게 공유됐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14년간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쌓이면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이끄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연구실 넘어 코스닥까지…R&D 생태계로 확장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연구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멘토링과 기술 창업 지원까지 연구개발 전 단계를 함께 지원해 왔다. 시상자로 나선 박홍근 사장은 “이 사업은 기초과학을 지원하고 젊은 과학자를 발굴·육성하며, 연구 단계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창출로도 이어졌다"며 “이런 방향이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게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학계와 산업계 간 더 깊은 네트워킹과 치열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표 사례가 프로티나와 망고부스트다. 윤태영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프로티나는 몸속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고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자체 기술 'SPID'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항체 신약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망고부스트는 이날 우수 연구자로 선정된 김장우 교수가 2022년 창업한 DPU 설계 기업이다. DPU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네트워크와 저장장치, AI 가속기의 동작을 조율해 서버 효율을 끌어올리는 칩이다. 주력 시제품 'MBDPU-1'은 기존 서버 구조보다 데이터센터 성능을 3배 이상 높이고 서버 CPU 사용량은 50% 넘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고부스트는 이후 AI 추론 최적화 소프트웨어 '망고 LLM부스트'를 내놓으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이 연구 지원을 창업까지 넓혀온 배경에는 축적된 연구 기반이 있다. 이 사업은 출범 이후 기초과학부터 소재, ICT 융복합까지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916개 과제를 지원했다. 교수진과 박사후연구원, 석·박사 연구원 등 1만7000여 명이 이 과제들에 참여했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 온 연구자들의 담대한 도전에 앞으로도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며 “작년 공개 행사 전환에 이어 포럼을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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