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AI 붐 뒤에 숨은 ‘물의 위기’…데이터센터, 전력만큼 물도 먹는다 [기후 신호등]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1.08 09:00

AI의 숨겨진 모습…‘물 먹는 공룡’이었네
냉각수 확보 과정 주민·농업·산업과 충돌
전 세계 DC 4곳 중 1곳 물 부족 지역 입지
입지·냉각기술·전력망 등 통합 관리해야
물 사용량 공개와 평가 기준 표준화 필요


.
US-OHIO-GEARS-UP-FOR-THE-MIDTERM-ELECTIONS

▲미국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위치한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및 슈퍼클러스터 프로젝트인 '메타 프로메테우스 캠퍼스'. (사진=AFP/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인 데이터센터(DC)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AI에 질문을 던지거나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는 동안 전 세계 DC에서는 수많은 서버가 쉼 없이 작동하며 막대한 열을 내뿜는다.


그동안 DC의 환경적 영향은 주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학계와 환경 전문가들은 전력 문제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환경 부담, DC의 물 소비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던 DC가 이제 '물 먹는 공룡'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력은 송전망을 통해 장거리로 공급할 수 있지만, 물은 지역 하천 유역과 대수층에 묶여 있는 자원이다. DC가 물을 대량으로 소비하면 그 부담은 시설이 들어선 지역의 주민과 농업, 다른 산업에 직접 돌아갈 수 있다.


AI 인프라의 확장이 지역 수자원과 어떤 충돌을 빚고 있는지, 이를 해결할 기술과 정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자료=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gy, 2026)

SOLSTICE ADVANCE-RESULTS/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AI 데이터 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DC는 왜 물을 마시는가…냉각과의 전쟁


DC의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전력을 소비하면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열로 방출한다. 서버 과열은 기기 고장과 성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DC는 24시간 365일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대형 DC에서 활용하는 증발 냉각은 물이 기화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냉각탑에서 물을 증발시켜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은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현장에서 물을 직접 소비한다.


DC의 물 사용은 시설 내부의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소비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전소가 냉각수 등으로 소비하는 간접 사용으로 나뉜다. 물을 적게 쓰는 공랭식 냉각은 전력 소비가 늘어날 수 있어, 물과 전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바이바브 바하두르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워터 리서치 (Water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용 고성능 컴퓨팅 랙의 전력 밀도는 2028년까지 랙당 최대 1M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하이퍼스케일 DC 한 곳의 직접 물 소비량은 하루 200만~1900만L에 달할 수 있다.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로렌조 로사 박사 등 공동 연구팀은 지난 9월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DC의 전력 소비량이 현재 연간 415 TWh(테라와트시, 1 TWh=10억 kWh)에서 2030년 945~1065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접 물 수요도 현재 연간 3130억~7640억L에서 2030년 약 1조2000억L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네덜란드 전체 가구와 지자체의 연간 물 취수량에 맞먹는 규모다.


1GW 규모의 대형 DC 클러스터 하나가 연간 소비하는 물은 1000만~4000만㎥에 이를 수 있다. AI 인프라 확장은 전력 수요뿐 아니라 지역 수자원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수요의 등장이다.


。

▲데이터 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월별 물 부족 노출 현황. 연간 물 부족이 발생하는 개월 수에 따라 색상이 지정되어 있다(0 = 물 부족 없음, 1 = 연간 1개월 물 부족, 12 = 연중 내내 물 부족). (자료=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gy, 2026)

◇ 전 세계 데이터센터 4곳 중 1곳이 물 부족에 노출


로렌조 로사 박사 연구팀은 전 세계 9347개 DC의 위치와 수문학적 모델을 결합해 물 부족 노출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DC의 25%인 2315곳이 이미 연간 최소 1개월 이상 물 부족을 겪는 지역에 입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61곳은 연간 1~4개월, 831곳은 5~8개월, 523곳은 9~12개월 동안 물 부족에 노출됐다.


기후변화가 심화하면 위험은 더 커진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물 부족 지역에 노출되는 DC가 730곳 증가해 전체의 33%인 3045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별로는 인도의 DC 73%가 물 부족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는 93%에 달한다. 중국은 전체의 42%가 물 부족 지역에 위치한다. 미국은 전체 DC의 3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1%가 물 부족 지역에 입지해 있다. 스페인 역시 DC의 64%가 물 스트레스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DC가 물 사용량을 유연하게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뭄이 발생했다고 서버 가동을 중단하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전 세계 DC의 41%가 지자체 상수도 수요가 큰 지역에, 28%가 관개농업용수 수요가 높은 지역에, 18%가 제조업용수 수요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역 수자원을 우선 확보하면 가뭄 때 주민의 식수와 농민의 농업용수가 위협받을 수 있다. DC의 물 소비는 산업용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와 산업 간 수자원 배분의 형평성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INDIA-POLITICS-TECHNOLOGY-AI-ENVIRONMENT-GOOGLE

▲지난 9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인근 타룰바다 마을에서 구글의 AI 및 데이터 센터 허브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구글 측은 이 '기가와트급' AI 시설(총 150억 달러 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일환)에 물 대신 공기 냉각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해당 지역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이다. (사진= AFP/연합뉴스)

◇ 물 없이 식히고, 바닷물과 하수를 활용한다


DC의 수자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 수자원과 고효율 냉각기술이 연구·도입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연구팀은 지난 7월 '그라운드워터(Groundwater)'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수층 열에너지 저장(ATES)을 DC 냉각 대안으로 제시했다.


ATES는 지하 대수층의 일정한 온도를 활용해 냉각과 난방을 계절별로 연계하는 기술이다. 여름에는 차가운 지하수를 끌어올려 서버를 냉각하고, 열을 흡수한 물은 온수 우물에 다시 주입해 저장한다. 겨울에는 이 온수를 인근 건물의 난방에 활용한 뒤 식은 물을 냉수 우물에 재주입한다.


연구팀은 이 방식이 냉각수를 증발시켜 손실하지 않기 때문에 냉각용 물 소비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하수를 직접 냉각에 활용하면 기존 공랭식 냉동기보다 냉각 전력 소비를 최대 70%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해수와 지하 염수, 석유·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가수를 담수화해 DC 용수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바이바브 바하두르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역삼투압(RO), 기계적 증기 압축(MVC), 최소방류(MLD)·무방류(ZLD) 기술을 결합한 담수화 시스템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담수화 과정의 물 회수율을 높이면 DC의 지역 수자원 스트레스 영향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버를 특수 절연액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액체 침매 냉각도 물 소비와 냉각 에너지를 줄이는 대안으로 꼽힌다. 도시 하수처리장의 재이용수를 냉각수로 활용하면 음용 가능한 상수도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다만 기술 도입은 물 소비 감소뿐 아니라 전력 사용, 농축수 처리, 지역 지질 조건 등 다른 환경 부담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

▲데이터센터용 담수를 생산하는 담수화 시스템의 개략도. (자료=Water Research, 2026)

◇ 중국 '동수서산'의 역설…서부 이전이 물을 아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동부 연안의 전력·수자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수서산(東數西算)'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동부의 데이터 연산 부하를 기온이 낮고 풍력·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서부의 8대 국가 컴퓨팅 허브로 이전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DC를 서늘한 지역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물 절약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국 상하이 퉁지(同济)대학교 종시파 교수는 지난 9월 '환경과학기술 회보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동부와 서부의 데이터센터 48개 프로젝트 쌍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서부 이전으로 전체 물 소비를 줄인 프로젝트는 27개(56.2%)에 그쳤다. 나머지 21개(43.8%)는 물 소비가 증가하거나 절감 효과가 미미했다. 프로젝트별 물 소비 변화율은 -63.5%에서 +110.4%까지 나타났다.


서부 이전이 오히려 물 소비를 늘리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내몽골·간쑤 등 서부 지역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아 전력 생산의 간접 물 소비가 동부보다 클 수 있다. 둘째, 동부 기존 시설이 이미 외기 직접 냉각을 적용하고 있다면 서부에 습식 냉각탑을 설치하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 셋째, 서부 내륙은 건조한 지역이 많아 현장 취수가 늘면 수자원 스트레스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이는 DC를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건식·저수율 냉각기술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을 함께 고려해야 실질적인 물 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US-KENILWORTH,-NEW-JERSEY-CONSIDERS-CONSTRUCTION-OF-COREWEAVE-AI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케닐워스의 시청 건물 밖에서 사람들이 '코어위브'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갤로핑 힐 로드 인근에 이미 건설 중인 18억 달러 규모의 이 AI 데이터 센터는 2027년 초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

◇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를 위한 4대 과제


이처럼 최근에 나온 연구를 종합하면 DC의 물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첫째, 수자원 수용성을 고려해서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DC 인허가 과정에서 전력망 계통 평가뿐 아니라 해당 지역 유역의 수자원 수용성 평가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가뭄 취약 지역이나 생활·농업용수와의 경합이 심한 지역은 입지 적정성을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


둘째, 물 사용량 공개와 평가 기준 표준화다. 사업자의 직접·간접 물 소비량을 구분해 공개하고, 물 사용 효율(WUE)과 지역 수자원 스트레스 지표를 표준화해야 한다. 정책 당국과 지역사회가 DC의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대체 수자원과 저수율 냉각기술 확대다. 하수 재이용수와 빗물, 해수·염수 담수화수 등을 활용하고, ATES와 액체 침매 냉각 등 물 소비를 최소화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해야 한다. 다만 물 소비 감소가 전력 소비 증가나 다른 환경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는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


넷째, 전력·수자원·지역난방의 통합 관리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망과 저수율 냉각기술을 연계하고, DC의 폐열을 인근 지역 난방에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DC 내부의 효율 개선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착공

▲지난 2일 공사를 시작한 삼성SDS의 구미 AI 데이터센터 현장. 경북 구미시 공단동 옛 삼성전자 1캠퍼스 부지다. (사진=연합뉴스, 구미시 제공)

◇ 한국의 과제…수도권 집중과 수자원 부담


한국은 초고속 통신망과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주요 DC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DC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은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해 지자체 상수도 수요가 높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와 대규모 DC 단지가 지속적으로 들어서면서 가뭄 때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이상고온과 강수량 불균형이 심해지면 냉각수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수자원 공급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 DC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전력망 부담뿐 아니라 냉각용수 수요도 특정 지역에 몰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DC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력 공급 능력뿐 아니라 지역 수자원의 지속가능성도 입지와 운영의 핵심 조건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찬수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기후에너지부 kcs25@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