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제재·다국적기업 세무 조사 강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방대한 양의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통해 각국 전·현직 정상과 유명인사 등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전 세계가 세무조사 등 후속 조치에 속속 나서고 있다.
EU 경쟁당국도 기존의 다국적기업 탈세 조사와 아울러 이 자료에 드러난 역내 인사와 기업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EU는 탈세를 조장하는 조세회피처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 EU 공동의 조세회피처 명단을 작성해 이들 지역에 대해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조세 사기는 경제적 역병"이라고 지적하고 6개월 내에 EU 28개국 공동의 조세회피처 명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스코비치 위원은 글로벌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정부의 재정 수입을 갉아먹고 일반 시민과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드러난 조세회피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하고 이는 수많은 브로커 업체들이 해외에 기업을 설립해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 각국은 탈세 추적에 협조하지 않는 조세회피처를 독자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제재 여부도 개별 국가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파나마와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를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U의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은 매년 세무당국에 매출액과 세전 이익, 소득세 납부 현황, 직원 수, 자본금과 자산액 등을 신고해야 한다. EU 회원국들은 이 같은 세무 정보를 공유하고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방지하는 데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EU 역내의 법인세 탈세 규모는 연간 700억 유로(약 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U 경쟁당국은 지난 2014년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정부가 다국적기업에 부당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내 다국적기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업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혐의가 확정돼 EU가 제재에 나설 경우 추징금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