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재벌 운전기사 ‘수난시대’…폭언폭행 난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04.10 16:28

▲정일선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 김동규 기자] "누가 니 맘대로 하래? 00같은 XX." "다른데 옷을 넣으면 맞는다." "똑바로 못해, 이XXX야."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수행 운전기사에 행한 ‘갑질’이다. 폭언 정도가 직원을 하인으로 여기는 수준이다. 갑질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정 사장의 동생인 정문선 현대BNG스틸 부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김만식 몽고간장 회장이 운전기사에 저지른 갑질이 다시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운전기사 수난은 자칫 반기업 정서 촉매제로 작용할 공산마저 보인다.

이들 오너는 평소 폭언·폭행을 일삼았다. "너 말고도 쓸 사람 많다" 등 생존에 직결된 이야기와 "머리가 나쁘면 물어봐" 등 인격모독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김만식 몽고간장 회장은 "내가 인간 조련사"라며 운전기사 머리를 때리고 발로 엉덩이를 걷어찼다고 한다. 정일선 부사장, 이해욱 부회장은 수백가지 조항이 담긴 ‘갑질’ 매뉴얼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이 노예계약을 방불케 한다.

SNS상에는 "재벌에게는 사람이 개만도 못한듯…" 등 갑질에 대한 분노가 넘실댄다. "재벌 3세 경영은 이제 중단시켜야" "책임지고 모든 직책 내려놔야" 등 대안 제시도 많다. 택시운전을 하는 이모씨(55)는 "아무리 돈을 준다 해도 폭언, 심지어 폭행까지 행한다면 이건 정말 아니다. 특히 이해욱 부회장이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시킨 점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는 "재벌가 오너들은 깐깐하게 요구하는 사항이 많고, 비인격적으로 기사를 대한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어떤 경우에는 무릎 꿇고 물건을 줘야 한다는 매뉴얼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삐뚤어진 인식이 폭언 폭행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는 "내가 돈을 지불하니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고쳐져야 이런 갑질이 사라진다. 존경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힘을 권력이라 생각하다 보니, 오너들은 권위보다 권력에 맛을 들이고 자기 중심적인 갑질에 익숙해진다. 그때부터 죄의식도 없어진다"고 분석했다.

운전기사 갑질은 기업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갑질 논란이 결국 오너리스크로 이어지고, 이는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재벌 3세의 갑질 논란은 기업에 상당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갑질 사과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기업은 물론 사회에도 비윤리가 판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많다.

정일선 사장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식 사과했다. 김만식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식사과 이후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법률을 재정비하고, 시민이 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관련 법이나 제도를 좀 더 엄정하게 만들어 재벌의 일탈행위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과)는 "서구의 경우 갑질 기업이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대해 소비자가 불매운동 등으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재벌 오너 운전기사는 처우가 천차만별이다. 근무 강도가 세지만 오너에 따라 근무환경이나 보수 등 복지가 다른 것이다. 수행 운전기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지시사항이 많고 적음을 떠나 어떤 사람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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