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S1 노블2' '앙프랑 에코' 청킹 발생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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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S1 노블2에 발생한 청킹 현상. 사진=독자제공 |
안전사고 불감증일까, 아니면 비윤리 경영이 낳은 적폐일까.
한국타이어가 청킹(chunking·접지면 고무 뜯김) 현상으로 불만을 제기한 차주를 대상으로 무상교체를 실시한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졌다. 그동안 타이어 업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가 생긴 제품은 한국타이어 대표 브랜드인 ‘S1 노블2’와 친환경 타이어 ‘앙프랑 에코’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한국타이어 행태에 대해 안전사고 불감증과 비윤리적 경영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청킹 문제는 반드시 리콜을 실시했어야 옳다고 입을 모은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타이어 S1 노블2과 앙프랑 에코 등에서 청킹이 발생해 차주들이 무상교체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킹이란 노면과 타이어의 마찰로 인해 타이어 표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달아올라 접지면의 고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들에서 결함이 발생한 건 수년 전부터 업계에 소문이 파다했다"고 귀띔했다.
피해 차주들은 한결같이 "타이어가 마치 쥐가 파먹은 것처럼 보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3년 SI 노블2 무상교체를 받은 차주 A씨는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고, 곧장 한국타이어에 문의하니 출장 기사가 찾아와 처음에는 정상이라고 잡아뗐으나, 결국 타이어 4본을 모두 생산 시기가 다른 같은 제품으로 무상교체 받았다"고 밝혔다. A씨 이외에 해당 문제로 타이어를 교체 받은 차주는 자동차 동호회나 포털 사이트에서 ‘청킹현상’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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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제품에서 발생한 청킹 현상.사진=독자제공 |
한국타이어가 2012년 출시한 친환경 타이어 앙프랑 에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교체용 타이어(RE)로 해당 타이어를 구매한 B씨는 "자주 가던 타이어 가게에서 해당 타이어에 발생한 현상에 대해 설명을 듣고, 회사 고객센터로 연락해 조치를 받았다"며 "당시 앞 타이어 2본을 같은 제품으로 무상교체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무상교체를 받은 차주는 다행이다. 무상교체는 결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차주만 보상을 받는 것이다.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보상에서 제외된다. 한국타이어가 무상교체를 실시할 만큼 명백한 결함을 인정하고도 리콜에 들어가지 않는 점은 비윤리적 경영행태가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차주는 안전사고 사작지대에 놓이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타이어 트레드가 훼손되면 바닥 마찰 저항력(그립력)이 약해져 차주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특히 일반 차주는 해당 문제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아 잠재적인 피해자는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청킹 현상을 방치하면 차주는 목숨을 담보로 내걸고 운전대를 잡는 것"이라며 "(한국타이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하루빨리 리콜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지는 책임감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윤성하 한국타이어 팀장에게 전화 및 문자로 해당 사안에 대한 회사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