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정치문명의 자멸? ‘英 총리 교체 가능성 '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가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100일간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이사회의 도널드 터스크 상임위원장은 브렉시트가 ‘서방 정치 문명의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터스크의 과장 섞인 발언에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 내의 다른 국가의 도미노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후 1일…파운드화 급변동·금융시장 불안정성 심화
블룸버그는 24일 새벽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찬성으로 귀결되면 독일부터 벨기에까지 EU의 주요 회원국은 수습 대책 마련에 분주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부채 위기가 불거진 직후 유로존의 재무장관들은 바로 그날 밤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영국 파운드 가치의 급변동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심화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아직 외환시장은 브렉시트 위험을 가격에 크게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3개월간 달러대비 영국 파운드의 가치는 소폭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런던 소재 타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로타 멘텔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파운드 가치는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브렉시트 직후 EU의 균형추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의 통합을 강화하는 규정을 발표하고 EU 결속력 증대를 선언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치 컨설팅업체 브뤼겔의 군트람 울프 연구원은 "EU 내에서 신뢰할 만한 전략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EU 내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은 EU 잔류 유인을 강화시키고 독일과 프랑스간의 연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후 일주일…‘EU회의론’ 확산 우려·탈퇴 협상 시작
블룸버그는 투표 후 일주일 내에 유럽 각지에서 브렉시트라는 현실을 직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해 주요 국가에서 ‘EU 회의론’이 득세할 것을 우려한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26일에 스페인의 총선이 예정돼 있다. 스페인에서는 EU가 제시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EU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내년에 대선을 치를 예정인 프랑스나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서도 ‘EU 회의론’이 확대되며 각국 정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투표가 치러진 다음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정상들과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EU의 기본 조약인 리스본조약 50조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리스본조약 50조에는 특정 국가가 EU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협상을 거치고 유럽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의 절차가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영국은 최대 2년간 탈퇴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브렉시트 후 100일…英 총리 교체 가능성
블룸버그는 브렉시트 이후 처음 100일동안의 시나리오도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EU가 점차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벗어나 그리스 부채 문제나 난민 위기, 우크라이나의 정치 불안정 등 중요한 이슈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영국은 어획 할당, 금융 서비스 규제, 안전 기준 등 각종 규제와 기준에 대해 EU와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역 협상도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행위원회 등 영국에 위치한 EU 산하 조직의 본부 이전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총리 교체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캐머런의 뒤를 이을 인물로는 브렉시트 지지자인 보리즈 존슨 전 영국시장이 거론되고 있다.
터스크 상임위원장은 독일 신문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장기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브렉시트가 EU 뿐만 아니라 전체 서방 정치 문명 종말의 서막이 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