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
유럽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이상 감축하는 장기 목표를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에서 풍력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여 2016년 1월 기준으로 육상풍력이 131GW, 해상풍력이 11GW가 설치되었다. 이 용량이면 유럽연합 전력소비의 11.4%에 달하는 연간 약 315TWh를 생산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확대하고 지역의 반대를 해결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이익공유제가 일찌감치 연구되고 제도화된 배경이다. 독일도 사회적 수용성, 특히 지역의 참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전환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독일은 2015년 말을 기준으로 풍력용량이 45GW를 넘겼고 풍력터빈 숫자도 2만 6천기가 넘는다. 전력소비의 16% 이상을 풍력이 공급하였다.
하지만 독일이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려면 현재 설치한 용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풍력 용량이 더 늘어나야 한다. 낡고 작은 풍력발전기를 크고 효율적인 것으로 교체하면서 용량을 늘일 수도 있지만 추가로 더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제한된 토지에서 풍력발전기를 더 많이 세우려면 주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쟁점이 풍력자원을 개발할 권리의 배분과 사업 이익의 공유다.
일반적으로 이익공유제는 사업자가 지역계약, 지역 고용, 마을 기금 등을 통해 이익을 주민들과 공유하거나 주민이 직접 소유 및 경영에 참여하여 이익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독일은 법인세를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지자체에 납부하도록 한다. 이와 별개로 풍력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법률적 절차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이익공유제는 주민의 소유 및 경영 참여 방식이다. 풍력 보급을 선도했던 덴마크는 2000년까지 풍력단지 개발을 주민 참여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이 주도하였고 독일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개인 혹은 지역 유한회사나 에너지협동조합이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풍력발전 확대를 위해 덴마크는 풍력사업 지분의 20%를 주민에게 제공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고, 독일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도 올해부터 주민의 지분 참여를 의무화한 시민 참여법을 시행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경험과 사례의 부족, 문화와 농어촌의 경제 여건 차이 등으로 주민 발전소 확대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익공유 차원에서 더욱 발전이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사업자의 매출액의 7%, 당기순이익의 17.5%를 요구하는 제주도의 풍력 이익공유제는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며 논란의 소지가 크다.
먼저, 풍력에너지가 제주도민의 공유자원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납부해야 한다는 논리는 현재의 경제시스템과 공존하기 어렵다. 이런 논리라면 햇빛에너지, 토지자원, 수산자원도 제주도민의 공유자원이라서 태양광사업자, 농부, 어민도 공유자원을 이용한 경제활동에 대해서 풍력 이익공유제 방식으로 수익에 일부를 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제주도가 먹는 샘물의 독점 이용과 같은 논리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제주식 이익공유제보다는 합리적이다.
둘째, 제주 풍력 이익공유제는 제주도 풍력사업의 수익성이 매우 좋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풍력사업자 이익을 적정하고 줄이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투자를 유인하는 지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대개 사업자의 수익이 커질수록 국민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대개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는 5~8%의 수익이 나도록 고안되고 시행된다.
그런데 제주도는 계통한계가격(SMP)이 별도로 설정돼 최근까지 육지에 비해 제주 SMP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횡재 수익을 누릴 기회가 있었다. 제주도의 특수성을 미리 고려하지 못한 정책의 실패다. 사업자가 가져간 수익만큼 국민은 더 부담을 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주도가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라 영국이나 독일에서 도입하고 있는 경쟁입찰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풍력 사업자가 가져갈 이익을 줄이려면 최소로 줄여서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제주도 계통한계가격 육지와 비슷해져서 앞으로는 제주 풍력사업에서 횡재수익이 발생할 여지는 크게 줄었다.
사실 제주도는 전력단가가 비싸지만 육지와 똑같은 동일 요금을 적용받아 제주도민은 생산비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력을 사용해 왔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소가 많은 부산이나 충남은 지역 특수성을 내세워 지역별 요금제를 주장하는데 제주도의 입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지역의 논리만 내세우면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지역 발전은 뒷걸음칠 것이고 사회 통합은 약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