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3개월 만에 탄핵이 인용됐다. 대통령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고,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해 헌법상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 탄핵 이유다.
그동안 탄핵 찬반을 두고 벌어진 정치권에서의 치열한 공방과 국민 간 이념적 갈등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넘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여 왔다. 탄핵 인용이라는 최종결론이 확정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은 다소 사라졌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국민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여야 한다. 이것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시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 국가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정치현상을 규범체계로 포섭해 안정된 사회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헌법이다. 정치 규범적 성격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다양성을 고려해 볼 때 탄핵인용이라는 결과와 여기에 이르는 논리전개 및 사실인정 과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다양한 정치현상을 가장 넓은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우리 모두에게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의식을 가지게끔 해 주는 ‘헌법’에 기초한 헌재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 선고에서 헌재는 국가통치의 구성원리와 통치방법에 대한 헌법원칙을 제시했다.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가 그것이다.
‘대의민주제’란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대의기관을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정책결정과 집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의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헌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오히려 침해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헌법은 ‘법치주의’라는 대의기관의 통치방법을 헌법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정책은 공정한 ‘법’이라는 그릇에 담겨져야만 하고 이러한 ‘법’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법의 기준은 무엇일까.
헌법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법의 목적이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정당해야만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이나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불가피 하게 제한해야 한다면 그 정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결국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는 행정부와 입법부로부터 국민과 기업의 자유와 권리, 즉 기본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최대한 보호해 주기 위한 헌법적 원리이다. 헌법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기본권을 보호해 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침해했다고 헌재가 판단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최순실의 일련의 행위에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개입은 했지만 그것이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것은 구체적인 사실판단의 문제이고 추상적인 헌법조문의 해석 문제이므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가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원리가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국회 입법 활동과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할 대목이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에 대한 정치인들의 존중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기업인들의 확고한 의지가 합쳐진다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탄핵 논쟁으로 초래된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국민 간 갈등을 해소하며 통합과 화합의 새로운 정부 탄생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