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신재생에너지, 목적-수단의 도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4.16 17:59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신재생에너지, 목적-수단의 도치

정범진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후변화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가 멸절할 것이라는 전지구적 위기감도 팽배하고 있으며 최근 기술적 진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목적이라도 과도해지면 당초와 달라질 수 있으며 맹목적으로 진군하다가 보면 작은 궤도 이탈이 점점 커져서 당초와 다른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번쯤 점검이 필요하다.

태양과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인류가 가진 자원을 모두 에너지로 태워버리기 보다 후손들에게 남겨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재생에너지 활용의 목적이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이 목적을 실현하는 좋은 수단같이 보였다. 그래서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신재생에너지와 보급에 정책적인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전원에는 문제가 있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해가 없는 저녁이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동안 다른 발전소가 전력생산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수요에서 일부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이게 그럭저럭 가능했다. 왜냐하면 전력망을 설계할 때, 발전소가 고장나거나 정비할 경우를 상정하여 일정량의 예비전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일정량을 초과하게 되면 이들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을 별도로 상정하여 예비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적을 때는 나타나지 않던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예컨대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용을 산정할 때에는 이들의 건설비와 운영비만을 고려하여 발전단가를 산정한다. 그런데 이들의 비중이 많아서 별도로 예비발전기를 건설해야 한다면 국가적으로는 이러한 예비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비용을 누군가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가뜩이나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예비발전소까지 건설해야만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면 국가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그럼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 하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잘 달성되고 있을까?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풍력발전의 비율이 20%를 상회한 독일에서는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풍력발전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동안 독일은 프랑스로부터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수입하거나 아니면 자국에서 생산되는 갈탄 발전소를 사용하여 전기를 충당한다. 결과적으로 갈탄 발전소를 가동하게 됨에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한 것이다.

풍력발전이 놀고 있는 동안에 예비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예비발전기가 가동되는 시간이 풍력발전이 가동되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면 이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건설하고 운영한다면 예비발전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에너지저장장치의 비용이 예비발전소 보다 낮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며 신재생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서가 생기면서 수단이 목적을 도치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제는 당초에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목적은 상실되고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이 목적으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이라는 목적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지 않고 또 신재생에너지가 실질적으로 자원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에 대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없이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는 정책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목적은 잊어버리고 수단은 남아서, 수단은 달성되지만 목적은 달성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 점검하고 진도를 나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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