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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태양광 지붕 타일이 설치된 주택 전경. (사진=테슬라) |
▲(왼쪽부터) 토스카나 양식 테라코타, 슬레이트, 질감처리된 유리, 매끄러운 유리. (사진=테슬라)
"이번 인수로 테슬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수직 통합된 회사가 됐다. 솔라시티와 테슬라가 합치면 에너지의 생성·저장·소비를 개선할 수 있고 새로운 대체에너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태양광 기업인 솔라시티 인수를 발표하면서 발언한 내용이다.
솔라시티 인수는 부채 더미를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테슬라는 오히려 전보다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 시가총액이 전통 자동차 업체 미국의 포드를 추월했다. 14일 기준 테슬라 시가총액은 536억4000만달러(한화 60조 5595억 6000만 원)로 포드의 431억8000만달러(48조 7502억 2000만 원)를 크게 앞질렀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가 재생에너지 미래의 한 축을 이루는 태양광 패널 신제품을 발표해 관심이 쏠린다.
솔라루프로부터 저장된 전기 에너지는 테슬라의 가정용 전력 생산 기기인 파워월(Powerwall)로 보내진다. 이 파워월은 태양광 에너지 상태와 상관없이 밤과 낮동안 가정에 필요한 전력을 제공하며, 테슬라 전기차의 완속충전을 도울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된 태양광 패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관이 전통적인 지붕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이 솔라루프는 △매끄러운 유리 △ 질감 처리된 유리 △슬레이트 △토스카나 양식의 테라코타 4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사실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지붕과 구별할 수 없는 정도다. 이에 대해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의 에너지 섹터 전문가는 "머스크가 전통적인 지붕과 유사한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개발한 것은 패널을 지붕에 설치하는 데 가장 큰 장벽으로 생각하던, 미학적으로 추하다는 부분을 극복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현상황에서는 겉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냐보다는 가격경쟁력에 관심을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지 태양광 패널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뉴욕에 위치한 2000평방피트(56평) 집에 테슬라 솔라루프를 설치하는 데 약 5만 달러(한화 5645만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심지어 전체 지붕의 40%만 덮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그러나 이는 테슬라의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또다른 기둥 중 하나인 가정용 배터리 저장장치인 파워월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절망적인 가격만은 아니다. 파워월은 시가 7000달러에 달하지만, 블룸버그의 솔라루프 추정치 5만 달러에 포함된다. 솔라루프는 낮 동안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 사이 파워월을 통해 저장된 에너지로 집 안의 전기를 가동한다.
5만 달러는 너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테슬라 측은 경쟁자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휴 브롬리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태양광 애널리스트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이 더 좋게 나왔다"고 평가하며 "우리(BNEF)는 테슬라의 솔라루프가 평방피트 당 68달러선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출시 가격은 42달러였다"고 덧붙였다.
더 주목할 부분은 테슬라의 솔라루프가 전통적인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는 점이다. 또, 전통 지붕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울러 세금 공제 혜택 적용 시 솔라루프 설치로 30년간 약 6만4000달러(7225만 6000 원)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통 태양광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전통 전력망을 통해 조달하는 것보다도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이 저렴해졌다고는 해도 솔라루프의 선행 비용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설치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테슬라의 에너지 패키지는 비용 효율성이 점차 향상될 전망이다.
커닝엄 전문가는 "솔라루프와 파워월은 테슬라의 전기차와 결합돼 머스크가 꿈꾸는 청정에너지 미래로 전환하는 데 큰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머스크는 ‘솔라루프와 파워월, 전기차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기둥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솔라루프가 배터리 팩에 전기를 저장해 밤에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남는 전력으로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다. 이는 전세계 모든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테슬라가 에너지회사로 변모함에 따라 회사의 판매 전략 역시 바뀌고 있다. 솔라루프를 개개인에게 판매하는 대신, 전기차 매장 안에서 팔기 시작한 것. 전기차에 3만 5000달러(3951만 5000 원)를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5만 달러의 솔라루프에도 흥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테슬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판매 전략의 변화는 50∼100% 가량 더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커닝엄 전문가는 "머스크 CEO가 솔라시티 인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머스크가 회사의 미래에 강력한 신뢰를 보이고 있지만, 2017년은 테슬라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의 첫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몇 달 안에 생산 라인을 가동한다. 태양광 패널 같은 경우도, 지난주 출시하고 1000달러의 예치금을 받기 시작했다. 오는 여름부터는 본격적으로 설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커닝엄 전문가는 "테슬라는 갈림길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의 모델3와 솔라루프가 실패한다면, 많은 재정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하면서도 "테슬라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7년은 테슬라가 운송과 전기 두 분야에서 거대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