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학 클러스터 <13>] 해저의 검은 노다지…‘망간단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5.24 14:02

지질지자원硏 심해저 광물자원(망간단괴) 제련연구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1918년 5월 국립지질조사소로 출발한 뒤 1976년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거듭났다. 연구 분야는 전략기술·국토지질·광물자원·석유해저·지질환경 등 지구과학이다.

2018년 창립 100주년을 앞둔 연구기관답게 그동안 수행한 연구개발(R&D) 성과물은 신(新)기술 창출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본지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성과물과 독자가 만나는 장을 마련한다. 

▲‘바다의 노다지’라 불리는 광석 망간단괴. 100만 년에 고작 2∼6m씩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망간단괴는 부존자원 매장량만도 약 4억2000만 톤, 연간 300만 톤씩 100년 동안 채광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여영래 기자] 국내 대표적인 자원 소비 국가이면서 자원 부족 국가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6대 전략광물(유연탄, 우라늄, 철, 구리, 아연, 니켈) 수입액이 약 350억 달러에 이르기까지 했다.

게다가 첨단산업에 쓰이는 리튬, 희토류 등 희유금속 소비량이 급증하고 국내 자원개발의 침체로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자, 광물 수입액은 매년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원 개발과 확보에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유다. 자원 확보라는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지질자원硏 제련연구실은 1994년부터 심해저 광물자원 발굴 및 제련공정 개발에 노력해 왔다.

바다의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 관련 기초연구에서 제련공정 개발까지 긴 시간 연구에 힘써온 제련연구실 연구원들의 노력과 결실이 이제 곧 수면위로 오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깊은 바다 속, 숨은 보석 찾아서= 
태평양 한가운데에 우리나라 해양경제영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하와이 동남쪽 2000km 지점 클라리온-클리퍼톤(Clarion-Clipperton, C-C)해역에 7만5000㎢의 독자 광구를 확보했다. 이는 남한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넓이다.

심해저 광물자원 제련연구실 관계자는 "이 해역의 5000m 심해저에는 해수나 퇴적물 등에 있는 금속성분이 침전돼 형성된 ‘망간단괴’가 분포해 있다. 제련연구실에서는 1994년부터 망간단괴 관련 기초연구를 시작해 망간단괴 처리를 위한 친환경 제련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망간단괴란 태평양 심해 5000m 아래 해저에 괴상으로 존재하는 광물 덩어리로 망간 25%, 구리 1.0%, 니켈 1.2%, 코발트0.2%, 이외에 몰리브덴, 희토류 등이 함유되어 있는 말 그대로 ‘바다의 노다지’라 불리는 광석이다.

제련연구팀은 바로 이 망간단괴를 보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련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 관계자는 "먼저 선행국들이 채택한 제련공정에 대한 비교 실험을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적합한 용융환원-습식제련 공정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망간단괴의 예비환원, 용융환원, 황화, 매트의 고온고압침출, 용매추출, 전해채취 등 단위공정 개발 및 일관공정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제련연구실은 실증화 시험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년 300만 톤 규모의 망간단괴 개념설계를 수행, 망간단괴 제련 상용화 기반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망간단괴 제련시험 성공…상용화 눈앞= 심해저 광물자원제련동에는 망간단괴의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제련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확립된 용융환원-습식제련 공정의 규모 확대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각 단위 공정 장치가 완비돼 있다. 이 장치들을 조합해 망간단괴로부터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일관공정 시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망간단괴 제련공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로터리킬른(Rotary Kiln)= 망간단괴를 건조, 예비환원하기 위한 장치로 기존 회분식(batchtype)을 연속으로 개조했다. 하루 1.2톤을 예비환원 할 수 있다.

△아크로(Arc furnace)= 예비 환원된 망간단괴를 아크열을 이용, 섭씨 1450도 이상 가열해 용융시킨 후 첨가한 코크스로 유가금속인 구리, 니켈, 코발트를 환원해 합금 형태로 회수하고 슬래그 중의 망간을 다시 환원하여 실리코망간 등 합금철을 제조하는 장치이다.

이 공정에서 유가금속의 회수율이 전체공정의 회수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최적 환원조건을 확립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고온고압침출장치(Autoclave)= 아크로에서 회수한 유가금속 합금상을 쉽게 용해하기 위해 금속간황화물인 매트로 제조하는데 이 매트를 황산용액으로 용해하는 장치가 고온고압침출장치이다.

△용매추출장치(Mixer &Settler)= 고온고압으로 침출한 용액으로부터 각각의 유가금속 원소들을 분리해내는 장치이다. 유가금속이 혼합된 침출액에 특정 원소와 쉽게 결합하는 용매(기름)를 이용, 결합시킨 후 강산으로 처리하여 결합된 금속을 분리하여 순수한 용액으로 회수하게 된다.

△전해채취장치(Electrowinning)= 각각의 분리된 순수 용액을 전기분해를 통해 순금속으로 회수하는 장치이다. 금속이온 상태로 녹아있는 용액에 +-전기를 걸어주면 용액 중의 금속이온이 음극에서 환원돼 금속으로 달라붙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온라인 분석 장치= 용매추출-전기분해의 두 공정은 서로 연결돼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 공정의 최적조건을 확립하기 위해 용액의 농도, pH,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이는 중앙통제 장치와 실시간 분석 장치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질자원硏은 망간단괴의 제련공정기술 개발을 위해 제련연구실에서 하루 2톤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를 세워 실증연구를 수행, 지난 2013년 11월 망간단괴 용융환원 기술 실증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러한 일련의 제련공정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제련연구실에서는 하루 2톤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를 세워 실증연구를 해왔으며, 지난 2013년 11월 망간단괴 용융환원 기술 실증시험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이 시험에서 연구팀은 5000m 심해저에서 채취한 망간단괴에서 합금형태인 구리, 니켈, 코발트를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이번 실험의 성공은 망간단괴 제련과 채광기술 등의 상용화 기반기술 확보에 큰 힘을 보태줬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 되면 연간 2조 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망간단괴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자원 고갈 대비한 심해저 광물자원 부상= 
망간단괴는 100만 년에 고작 2∼6m씩 성장한다고 한다. 감자만한 크기가 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부존자원 매장량만도 약 4억2000만 톤, 연간 300만 톤씩 100년 동안 채광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만약, 현재의 자원 소비량으로 망간단괴를 소비하게 된다면 망간은 2400년, 구리는 660년, 니켈은 1만600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것들은 모두 첨단 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되는 것들이다. 망간단괴에 대한 연구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심해에는 망간단괴 이외에도 망간각, 열수광상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래 광물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다. 육지에서의 자원이 고갈되어가고 유가금속자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심해자원은 흡사 해일처럼 밀어닥칠 수도 있는 자원고갈에 대비하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지질자원硏 제련연구실은 이미 20년 전부터 심해자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련공정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깊은 바닷속 잠들어 있던 망간단괴를 수면위로 꺼내 새 생명을 불어넣기까지 오랜 시간 쉼 없이 달려온 제련연구실. 그들의 결실이 눈앞에 다가올수록 미래자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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