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인도네시아의 산호초 중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면적이 6.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된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폭탄낚시 등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지목됐다.
8일 국립 인도네시아학술원(LIPI)은 전날 인도네시아 전역의 산호초 중 6.39%만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1993년부터 전국 108개 지역의 산호초 상태를 정기 관찰해 온 인도네시아학술원은 2016년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5%포인트나 높은 35.15%의 산호초가 ‘매우 나쁜’(very bad) 상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여겨지는 2015년 슈퍼 엘니뇨(적도 해수온 상승) 현상이 산호초를 대규모로 파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수온이 대폭 오르면서 산호초 백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됐다"면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때문에 백화 현상은 갈수록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백화 현상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는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 남부 해역이 지목됐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서부 아체주 등 인도양에 면한 지역에서는 수온이 급락해 문제가 됐다. 엘니뇨와 쌍으로 발생하는 ‘인도양 다이폴’(쌍극) 현상 때문에 평소와 반대로 인도양 동부 해역의 수온이 떨어지고 중앙과 서부의 수온이 올라간 결과다.
하지만 1만6000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광활한 산호초가 초토화된 데는 무분별한 환경파괴도 한몫을 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인도네시아학술원 소속 해양 과학자인 수하르소노는 최근 술라웨시 섬 남부 지역을 현장 조사한 결과 "유력자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바치기만 하면 마음껏 폭탄낚시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폭탄낚시는 수중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린 뒤 충격으로 죽거나 기절해 떠오르는 물고기를 건져내는 행위다.
인도네시아는 폭탄낚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지난달 22일 발리 인근 해상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사제 폭탄 원료인 중국제 질산암모늄 비료 63.8t을 밀반입하려던 선박이 적발되는 등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하르소노는 "해당 지역 유력자들은 ‘매일 폭탄을 터뜨려도 바다에는 여전히 고기가 많다’고 되레 항변했지만, 실제로는 물고기의 보금자리인 산호초가 완전히 파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