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 투데이)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해가 리튬의 해였다면, 2017년은 배터리에서 리튬의 짝꿍인 코발트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매쿼리 리서치의 전망이다.
지난 주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3가 생산을 시작하면서, 전기차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볼보, 폭스바겐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전기차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고용량 삼원계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코발트 가격이 90% 이상 치솟은 상태다.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이미 코발트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코발트 가격 올 들어 '90% 급등'
▲2017년 1월 2일∼ 2017년 7월 1일. (단위=톤당 달러, 표=LME/포스코경영연구원) |
포스코경영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코발트 시장을 분석하면서 "이제 시장 참여자들의 눈길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며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부 아프리카 국가 콩고민주공화국에 관심이 집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코발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톤당 3만2500달러에서 7월 6만1000 달러까지 88% 가량 폭등했다.
보고서는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코발트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겠지만, 공급은 생산량 정체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도 코발트 가격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매쿼리 리서치 역시 올해 2월 향후 코발트 수급을 전망하면서 내년부터 4년 연속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쿼리는 특히 올해 코발트 수요가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2.9% 증가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또, 향후 5년간 수요 확대에 비해 공급 증가가 한정돼 코발트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계 최대 소비국 중국선 이미 '품귀' 현상
코발트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당장 올해부터 공급 부족으로 코발트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의 안신증권은 올해와 내년 각각 8800톤, 1만1200톤의 금속 코발트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신증권은 "앞으로 2년 내 신규 증설되는 코발트 광산과 정련 코발트 프로젝트가 제한적이고 수요는 계속해서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어 공급 부족 국면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중신건설 역시 보고서를 통해 "코발트 수급이 빡빡한 가운데 공급 부족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코발트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40% 가량을 소비하는 최대 소비국 중국에서는 최근 코발트 물량이 동이 나 판매가격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전기차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용 코발트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메탈월드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3000톤 이상의 코발트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최근 수년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코발트 품귀 현상의 원인으로는 △코발트를 쓰는 삼원계 배터리 수요 폭증 △주 수입선인 콩고로부터의 수입 감소 두 가지가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신에너지차의 보조금 규정과 관련, 최소 주행거리 규정을 상향하는 등 기술관련 몇 가지 규제를 추가했다. 당국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주로 사용해 온 코발트가 없는 LFP 배터리는 코발트를 사용하는 고용량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신에너지 자동차 삼원계 배터리의 코발트 수요만 약 3만5600톤으로 이 분야에서만 2015년 대비 약 10배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New Energy Vehicle) 생산량을 2016년 연간 52만대에서 2020년에는 500만대로 늘릴 계획인 만큼, 코발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코발트 광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의 감산 정책도 가격 폭등을 이끈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재작년까지 코발트 광산 생산량을 늘려오던 콩고는 지난해 7만7391 톤을 생산하면서 2015년 대비 6140톤(7.4%) 감축했다. 이는 전 세계 코발트 광산 생산량의 약 5%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작년 7월부터 시작된 상승랠리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코발트 생산을 줄인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가격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 연중 파운드당 51달러까지 올랐던 코발트 가격이 2009년 이후 8년간 연평균 가격이 20달러를 밑돌면서 광산들의 채산성이 악화됐다.
코발트는 니켈, 구리 등을 생산하면서 부산물로 얻어지는데, 구리와 니켈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하락하면서 이들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광산들이 감산에 나선 것도 코발트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이다.
◇ ‘코발트의 보고’ 콩고, 해결사 될까?
이처럼 코발트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자,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며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부 아프리카 국가 콩고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콩고의 정정불안은 코발트 공급에 최대 리스크 요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구리벨트(Copperbelt)’가 지나는 콩고는 생산량 기준 세계 코발트 1, 2, 3위 광산과 6위 광산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최대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대략 70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절반인 340만톤이 콩고에 매장돼 있다. 코발트 생산량도 콩고가 한 해 대략 6만톤 이상을 생산하면서 전 세계 코발트 연간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콩고의 공급이슈는 세계 코발트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 핵심 요인이다.
콩고는 1996년 시작된 내전이 르완다·부룬디 등 이웃나라까지 넘나들며 지루한 싸움을 벌인 끝에 2013년 11월 나이로비 선언으로 비로소 종료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비교적 평온을 유지했던 콩고는 작년 말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가 연기되면서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제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정정 불안이 심해질 경우 코발트 공급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아울러 콩고에서 생산되는 코발트 등 일부 광물이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로 규정돼 국제사회의 규제를 받는 것도 공급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은 광물 판매자금이 무장단체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0년 분쟁지역 생산 광물을 분쟁광물로 지정하는 ‘도드-프랭크 금융규제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발트는 규제 대상인 4개의 광물은 아니지만 콩고 동부에서 분쟁광물과 함께 부산물로 산출되는 광물이라는 점에서 파생물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콩고의 정정 불안이 심해질 경우,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차질이 예상되면서 코발트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오랜 내전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콩고의 대선결과가 향후 코발트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