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2 대책 맞은 강북…"수십년간 한 집에 살았는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20 11:42
-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는 상황
- "진짜 투기 수요는 대출규제가 아니라 현장 단속으로 막아야"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마주 보고 있는 강북 아파트 단지는 8·2 대책에 제각기 다른 반응이었다. 거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의 효력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보다는 실수요자의 처지에 맞게 정책이 수정되길 바라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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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변에 늘어선 성동구 아파트 단지. (사진=최아름기자)


◇ 성동구 한강 변 아파트 단지…"우리가 강남이랑 똑같나"

성동구는 한강을 따라 청구강변아파트부터 서울숲 트리마제까지 아파트 단지가 줄지어 있다. 강변을 따라 세워진 강남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아파트를 둘러싼 환경은 다르다. 부동산이 아파트 상가 한 층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성동구에 없다. 오히려 단지 놀이터나 골목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밝힌 30대 여성은 "돈을 들고 투자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확실히 힘들어졌지만 대부분 실수요자가 많아 집을 옮기지 않으면 크게 피해를 볼 일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상황이 이렇기에 강남과 비슷한 투기지역으로 묶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급매물이라고 해도 1, 2억원 씩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2000만원 정도 빠진다"며 "일단 거래 자체도 많이 줄었고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지만, 학군이 좋은 것도 아니고 투기 자본이 들어오기는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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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도에 세워져 재건축을 앞둔 한강맨션 아파트 전경. (사진=최아름기자)


◇ 용산구 한강맨션 아파트… "92년에 집을 사서 이사 한 적도, 다른 집을 사본 적도 없는데"

70년대 초 대규모 고급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강맨션 아파트는 건축된 지 40년이 지났다. 매립지에 지어진 데다 낡은 파이프와 수조 등 안전 문제로도 재건축이 필요한 아파트다. 8·2 대책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난감해진 거주민들은 집 한 채가 재산인 노년층이다.

이경복 한강맨션 아파트 재건축 조합 홍보이사는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겨 남은 돈으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 했던 노년층의 거주민은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몇십 년씩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까지 투기세력으로 몰려 피해를 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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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마포구 일대 (사진=최아름기자)


◇ 마포구…"대기수요 많으니 경쟁률 높을 수밖에 없어"

마포구는 신규아파트 분양이 드문 곳이다. 17일 1순위 청약신청을 받은 ‘공덕 SK 리더스 뷰’는 올해 마포구 첫 분양으로 평균 경쟁률 34대1을 기록했다. 강북에서 똑같이 투기지역으로 묶인 성동구, 용산구에서 분양했던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한 자릿수 대였다.

실제로 분양을 받기 위해 견본주택을 방문했다고 밝힌 신혼부부는 "대책이 나와서 집을 사기 편해졌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대출 조건이 조금만 더 완화되면 좋겠다"며 "연봉이 높은 것과 재산이 많은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투기 세력 때문이 아니라 초역세권에 대기 실수요가 높아 경쟁률이 높았다고 본다"며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은 풀어주고 갭투자나 투기 수요는 단속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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