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법조계 "신의칙 적용 무리" vs "엄격한 판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31 14:48

▲31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사진=연합)



기아자동차 근로자 2만7424명(사망한 근로자 포함)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선고 전부터 주목받은 ‘신의성실 원칙’주장 허용 여부에 대한 법조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차 측이 주장한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이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신의칙 적용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 요인이었다.

기아차의 신의칙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상여금과 일비·중식대를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등의 미지급분의 지급을 결정한 이번 재판의 결과에 법조계는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개인 변호사 A씨는 "기아차 통상 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기아차의 2008년~2016년도 성장 실적을 기준으로 신의칙 기준을 적용한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실적을 기준으로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조인선 노동 전문 변호사(YK법률 사무소)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기업은 라이프 사이클에 준하는 생존주기가 있는데, 그 주기에 비추어 본다면 기아자동차의 실적은 신의칙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지표인 것은 맞지만 적어도 증명이 가능하다. 장래의 지표는 증명할 수 없고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다"며 "특히 기아차가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자본 전환도 가능하고 노동자들의 통상 임금 지급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 변호사는 신의칙에 대해 통상임금 이외의 다른 사건에서는 실무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최후의 항변’이라는 입장이지만, 상고심으로 넘어갈 경우의 판결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신의칙 주장이 이번 1심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상고심으로 넘어갈 경우 결과는 유동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지난 18일 금호타이어의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는 신의칙이 적용되며 1심의 판결이 뒤집혔다.

한편,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 직후 원고 측 김기덕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신의칙 부분이 가장 걱정됐는데 다행히 재판부가 엄격하게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이번 일부 승소 판결은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자평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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