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 에너지. (사진=AES) |
▲테슬라 ESS 장치. (사진=TESLA) |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지는 발전 단가와 친환경적인 정책에 힘입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진 첩첩산중이다. 간헐성 때문이다. 풍력은 바람이 일정한 세기로 불 때에만, 태양광은 햇빛이 있는 맑은 낮에만 가능하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세계 ESS 전통 강자 AES 에너지와 새롭게 떠오르는 대세 테슬라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016년 기준 매출액 135억8600만 달러(한화 15조 4133억 1700만 원) 세계 에너지저장장치(ESS) 1위 기업인 AES 에너지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에스컨디도 시에 설립한 배터리 저장 장치의 용량은 30MW/120MWh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테슬라의 기세도 만만찮다. 테슬라는 호주에 100 MW/129 MWh 규모의 배터리 저장 장치를 건설 중이다. 완공 시 AES의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다이버젠트(Divergente)의 이리나 슬라브 석유가스 전문 연구원은 "겉보기에는 ESS의 규모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슬라브 연구원은 "AES와 테슬라 간의 경쟁은 사실상 전력 공급의 안정성, 그리드 규모, 에너지 저장 솔루션을 얼마나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지에 관한 경쟁"이라며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현실화하는 데 커다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규제나 ESS의 통합 움직임은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S가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다. 주 정부는 화석연료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탄소배출차량(ZEV) 의무판매 규정 등을 시행 중이다.
안정적인 그리드 규모의 ESS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에 ESS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안타깝게도 100%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 관련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가 반대 측의 지지를 이끌어낸 탓이다. 입법자들은 법안을 기각했고, 현재는 100% 온실가스 제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계획의 실현가능성과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팩 업계의 리더 AES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AES는 최근 지멘스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ESS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AES는 전세계 160개국 전역에 걸쳐 신규 ESS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테슬라는 완공된 ESS 프로젝트가 전세계적으로 300MWh에 달하며, 풍력과 태양광 전력 생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ESS를 통합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앞서 테슬라는 호주에서 세계 최대 배터리 저장 장치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호주 현지 풍력발전기업인 네오엔과의 파트너쉽 계약을 포함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회사 측은 네오엔이 배터리 복합체를 전기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AES는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을 개선하고 발전 용량을 공급하는 데 있어 주로 전통적인 전력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 같은 경우 100% 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맞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테슬라가 향후 ESS 경쟁에서 선두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달 초 테슬라는 풍력발전과 에너지 저장 솔루션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최대 풍력터빈제조기업인 베스타스와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의 버트 노드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초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베스타스는 ESS 분야에서 큰 계획을 갖고 있다"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32억 유로(한화 4조 3432억 3200만 원)의 현금을 기반으로 좋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베스타스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ESS 기업에 투자했다.
안드레스 글루스키 AES 최고경영자(CEO)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글루스키 CEO는 "ESS는 재생에너지의 성배" 라고 강조하면서 "ESS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며 조만간 도래할 재생에너지 왕국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SS를 재생에너지 발전 기업들과 통합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다. 실제로 테슬라를 비롯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이미 전기차와 배터리 저장, 태양광 패널 등 에너지 수직통합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글루스키 CEO는 "재생에너지가 주 발전원이 되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전통 전력기업들이 굳이 테슬라의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현재의 전략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