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열발전소, 지진과 상관관계 인정...결정적 원인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1.26 08:20

24일, 포항지진 관련 지질학회·지질공학회 공동 주최 ‘포항지진 긴급포럼’ 개최

▲지난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소와 지진과의 상관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결정적인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사진=연합뉴스


참석 전문가들 대부분 "상관 관계는 인정… 결정적 원인에 대해선  말 아껴" 

[에너지경제신문 여영래 기자] 
포항지진 관련 지난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와 대한지질공학회 등의 공동주최로 ‘포항지진 긴급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는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관련성을 언급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를 비롯 김광희 부산대 교수, 이준기 서울대 교수, 강태섭 부경대 교수, 홍태경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해 주제발표를 했다. 

참석 전문가 대부분은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상관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결정적인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음은 장찬동 충남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질의응답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지열발전소 관정에 물을 주입하는 속도와 양 가운데 어떤 게 더 큰 영향이 있나?

▷홍태경 교수(이하, 홍 교수)= 둘 다 영향이 있다. 왜냐면 주입속도에 영향 받으려면 일정한 물의 양이 지중 내에 투입이 된 상태여야만 한다. 

▷이진한 교수(이하, 이 교수)=지금 미국 오클라호마 이런 곳은 단층대가 아니라 샌드스톤에 주입하고 있다. 샌드스톤과 단층대에 주입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포항은 단층대가 직접 물 주입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광희 교수(이하, 김 교수)= 지진 발생 8∼9일 밖에 안됐는데 이 지진의 결론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지열발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지지자들이 있다.

주입된 물의 양이 너무 적다. 오래 주입하지 않았다 등의 반론이 있는데 의문점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모든 모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 주입이 끝나고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나도 지진이 유발될 수 있나?

▷김 교수= 美 오클라호마 같은 곳은 집어넣는 물의 양도 엄청나고 시추공도 수백개에 이른다. 수백만톤의 물을 넣다 보니 그 효과가 오래 남는다. 수개월 후에도 지진이 나고 그런다. 지열발전은 지진이 난다는 걸 알면서 하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적절한 규모로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항의 경우 물 주입과 함께 지진이 발생한 건 놀라운 게 아니다. 문제는 규모 5.4의 본진이 마지막 물 주입한 후 2달 후 발생했다는 점이다. 두 달 동안 압력이 점점 작아질텐데 왜 두 달 뒤 이렇게 큰 지진이 났을까 이 부분이 궁금하고 의심스럽다. 지열발전소가 일으켰다면 적어도 1주일 내에 발생했어야 하는데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지열발전소를 유지하는 것이 맞나, 중단하고 원인규명을 한 뒤에 재가동하는 게 맞나.

▷이 교수= 1∼2주 내에 답이 나올 게 아니다. 여러 연구팀, 여러 분야의 사람이 해도 몇 달, 몇 년이 갈지도 모른다. 해야 될 책무 중의 하나는 흥해읍 이쪽은 단층 상반이어서 피해가 단층 상반에 많았는데 그 쪽이 앞으로 안전하게 살 수 있는지 이것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이 일어날 곳에 지열발전소를 지으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이 교수= 사이트 선정이 잘못됐다. 지하 단층은 찾아내기가 힘들다. 드릴링을 하거나 지구물리탐사를 해야 한다. 정교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거대한 토목공사를 할 때는 지질조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전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최근에야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과거에는 정해놓고 요식행위로 지질조사가 들어갔다. 지질조사가 우선인데 난관에 부딪힌 것은 우리나라는 교수들이 논문 많이 내는 걸로 드라이브가 됐다. 그런데 야외 지질조사는 논문이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야외 지질 쪽으로 하는 전문가는 줄고 인력도 태부족이다.

▷장찬동 교수= 부분적으로 찬성하고, 부분적으로 반대한다. 지진에 대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압력이 얼마나 올라가면 지진이 나는지 이론적으로는 계산이 가능하다. 다만 계산에 필요한 자료가 없는 게 문제다. 지열발전은 수리자극을 해서 저수지를 만드는 건데, 압력 제어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다.

-매립지역에 아파트 계속 짓는데 위험하지는 않나?

▷강태섭 교수= 산지가 너무 많아서 아파트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평지를 찾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런 현상(지진)이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으면 지질조사로 평가를 하고 정확하게 설계를 하면 충분히 내진성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런 기술은 이미 있다. ‘단층이 있다고 짓지 말아야 한다’는 건 없다. 

단층 운동에 대해 예상가능한 지진동 수준을 커버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매립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매립지 성격을 판단하고 그 위에 서게 되는 구조물의 성능을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단층지도를 만들려는 노력을 학계에서는 하지 않았나?

▷이 교수= 원전 지을 때만 활성단층을 조사했다. 그러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니까 뒤늦게 활성단층 조사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어 지난 2009년 소방방재청 지진화산과에서 용역을 발주해 3년간 진행됐다. 

그런데 전국 활성단층 지도 만들라면서 3년밖에 주지 않았고 ,연구비도 1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 정도 예산과 기간으로는 가로·세로 20∼30㎞ 밖에 조사할 수 없다. 결국 그때 활성단층 지도는 쓰지도 못하고, 발표도 못했다. 

그게 교훈이 돼서 올해부터 활성단층 지도 작업이 대대적으로 시작이 됐고, 1단계는 5년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해 경주지진이 난 경상남북도를 5년 내 끝내겠다는 게 목표이다. 


여영래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