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메리디안과 손잡은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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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CES 2018에서 공개할 오디오 라인업. 모두 24비트 고음질 음원 재생이 가능하다. 사진 속 사운드바와 포터블 스피커는 메리디안의 고음질 기술이 사용됐다. (사진=LG전자)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LG전자가 CES 2018에서 프리미엄 음질을 앞세운 스피커들을 대거 공개한다. LG전자는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 오디오(Meridian Audio, 이하 메리디안)의 고음질 음향기술을 신제품에 적용했다.

1977년 영국 캠브리지에서 탄생한 메리디안은 디지털 오디오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온 기업이다. 1984년 CD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메리디안은 가장 먼저 오디오 마니아들을 위한 고급 CD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당시 다른 오디오 업체들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었으나, 이 회사는 남들보다 10여 년 이상 앞서 기술 트렌드를 읽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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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메리디안은 오디오 기업들 중에서도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며 발전해 온 기술전문 기업이다. (사진=메리디안)


메리디안은 이후로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서라운드 프로세서(DSP)를 출시하고, 풀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고음질을 유지하며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MQA(Master Quality Authenticated)라는 독자적인 고해상도 음원 포맷을 발표하며 음원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도 메리디안 오디오는 랜드로버, 맥라렌, 재규어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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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와 재규어 차량에는 메리디안의 오디오가 탑재되고 있다. 사진은 랜드로버 차량에 장착된 메리디안 스피커 유닛. (사진=메리디안)


◇ 메리디안과의 제휴,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중화 기대

LG전자가 메리디안과 제휴한 것과 관련해, 오디오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크다. 수천만~수억 원대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LG전자 같은 글로벌 가전업체가 손을 잡음으로써 관련 제품 구매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덴마크의 뱅앤올룹슨(B&O)도 상당한 고가로 유명한 홈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지만 뱅앤올룹슨의 기술을 접목시킨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우수한 음질로 호평 받고 있다.

LG전자는 먼저 CES 2018에서 객체 기반 서라운드 사운드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능을 적용한 사운드바 3종을 선보인다. 이 중 SK10Y은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 사운드와 더불어 메리디안의 기술까지 더해진 제품이다. 이 제품은 내장 스피커 5개, 서브우퍼 1개, 업파이어링 스피커(up-firing) 2개를 조합해 상하좌우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재생한다. 출력도 550W에 달한다.

또 다른 메리디안 기술 적용 제품으로 포터블 스피커 ‘PK 시리즈’ 3종(PK7/PK5/PK3)이 있다. PK 시리즈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저음과 명료한 고음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PK 시리즈 중 상위 모델인 PK7은 음 손실을 방지하는 블루투스 전송 기술인 apt-X HD 오디오 코덱을 탑재, 최대 24비트 48kHz의 음원을 블루투스로 전송할 수 있다. 또 야외에서도 풍성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도록 40W 출력을 지원하고, 최대 2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갖췄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피커 ‘LG 씽큐(ThinQ) 스피커’도 선보인다.


◇ 삼성의 하만 인수로 급변하는 오디오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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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후, 하만 로고에 삼성전자가 추가됐다. (사진=하만)


앞서 LG전자는 하만카돈, AKG 등과 협업해왔다. LG 올레드 TV와 프리미엄급 LD TV에는 하만카돈 사운드가, 또 톤플러스에는 모델에 따라 하만카돈, AKG 음향기술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모두 삼성전자에 의해 인수됐기에 더 이상의 협업은 어려워 보인다. LG전자로서는 또 음향기술 전문 브랜드가 필요하게 됐고, 그 결과 메리디안과 뱅앤올룹슨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이처럼 음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급성장하고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오디오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장 초창기여서 보급형 AI 스피커들이 대부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음질을 내세운 하이엔드 AI 오디오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장부품 사업 등의 시너지를 위해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했지만 그 안에 속한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JBL, AKG, 하만카돈(Harman/Kardon), 레벨(Revel), 렉시콘(Lexicon) 등 유수의 글로벌 음향 브랜드들까지 얻게 됐다. 여기에 지난 7월, 하만인터내셔널 영국의 오디오 업체 아캄(Arcam)까지 인수하는 등 음향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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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소유한 하만인터내셔널이 영국의 오디오 기엄 아캄을 인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오디오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사진=아캄)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TTS(Text To Speech, 음성합성)’ 기술을 보유한 그리스의 스타트업 ‘이노틱스(Innoetics)를 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미국의 음성인식 AI 기술업체 ’사운드하운드(Sound Hound)‘에 투자하기도 했다. 모두 향후 크게 성장할 음성 기반 AI 시장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투자와 인수합병이다.

◇ AI 성공 위해선 하이엔드 오디오 필요... 네이버도 잇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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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프랑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 드비알레(Devialet)에 투자해 향후 네이버 클로바 AI 플랫폼을 탑재한 하이엔드 오디오의 출시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은 디지털 앰프를 내장한 드비알레 팬텀 골드 스피커. (사진=드비알레)


사운드하운드는 네이버와 KT도 투자를 한 기업이다. 허밍만으로 음성을 인식, 해당 노래를 찾아주는 기술을 보유했다.

네이버 역시 인공지능 AI 스피커의 투자액을 늘려가고 있다. 네이버는 사운드하운드 외에 지난해 코렐리야 캐피탈과 함께 프랑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기업 드비알레(Devialet)에 투자했는데 드비알레는 세계적인 명품 그룹 루이비통 모엣헤네시(LVMH : Louis Vuitton-Moet Hennessy) 그룹의 오너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보고 개인자산을 투자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음향 전문가는 "네이버가 향후 드비알레와 손잡고 하이엔드 AI 스피커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이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하다.

지난 18일 LG유플러스와 협업한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 플러스‘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인혁 네이버 비즈니스 총괄은 "현재까지 네이버의 AI 스피커는 웨이브와 프렌즈만 나왔다. 두 제품 모두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다. 그 보다 고사양의 스피커는 내년쯤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나 모두 오디오 관련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는 바람에 LG전자가 메리디안을 선택한 듯 보이지만 메리디안이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높은 만큼 향후 LG전자 음향 제품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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