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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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세계가 가상화폐라고 불리는 비트코인 광풍에 휩싸여 있다. 매일 모든 언론들은 비트코인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비트코인 거래를 운영하는 블록체인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에너지 산업 전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2009년 비트코인 거래가 양성화 되면서 금융분야에서 주목을 받아온 디지털 기술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제3자 즉 은행이나 거래소 개입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모든 거래는 국가가 발행한 화폐를 통해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거래가 국가의 감시에 놓일 수밖에 없었으나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개개인의 거래에 규제기관인 국가나 규제기관의 개입이 어려워져 거래에서 국가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비트코인 문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파괴가 기존의 우리 생활 방식과 현재의 사회 운영 시스템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이 최근 에너지 산업에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산업은 대규모의 전력회사가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면서 대량 생산 방식으로 비용을 최소화하여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여 왔다. 하지만 디지털 파괴에 의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의 진보는 생산방식을 대량생산 시대에서 대량 맞춤형 시대로 바꾸어 놓고 있다. 대량 맞춤형 시대의 소비자들은 전력회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보듯이 전력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이웃이나 다른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개인간의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에너지 시스템보다는 투자비가 적고 거래가 가능한 소규모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선호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는 우리의 에너지 산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혁명적인 전환은 기존 체제의 도전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화폐와 에너지는 국가를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는 규제 기관을 운영하면서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다. 즉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 시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규제 문제가 해결이 먼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화라는 메가 트랜드는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은 진행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도 이러한 메가 트랜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을 이용한 마이크로 그리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시장이 운영되기 시작하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이 에너지 시장에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3020’이라는 혁명적인 에너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을 하면서 석탄과 원전의 의존도를 축소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 발표된 제 8차 전력 수급계획에서도 개인간의 거래는 아니지만 소규모 전력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개발한 구글의 레이 커즈웨일(Ray Curzweil)은 디지털화와 탈 중앙화가 미래의에너지 산업의 메가 트랜드라고 제시하면서 이 분야의 전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는 비즈니스에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와의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 즉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앞으로 전력회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바로 소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가 바뀌면서 대규모 생산 시스템에 의존하는 전력회사들은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비트코인 문제가 어떻게 해결점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개인간의 에너지 직거래를 추구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