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압박에 결국...모바일게임 신화 쓴 창업자 잇단 낙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6 15:40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이정웅 선데이토즈 전 대표, 김재영 액션스퀘어 전 대표 등 한 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호령했던 주요 창업자들이 줄줄이 업계에서 퇴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와 중국기업들의 양적, 질적, 금전적 ‘물량공세’에 밀린 탓이다. 모바일게임 시장 특유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중소 게임사간 양극화 현상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현재 중소 게임사들의 고전이 향후 국내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정웅-김재영 창업자 등 ‘씁쓸한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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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 선데이토즈 창업자. (사진=선데이토즈)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이정웅 전 대표와 김재영 전 대표 등 두 명의 모바일게임계 거목들이 업계를 떠났다.

두 사람은 모두 초창기 국내 모바일게임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게임시장에서 변방으로 여겨졌던 모바일게임을 성공시키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를 코스닥에도 상장시켜 업계 뿐 아니라 언론에도 집중조명됐었다.

선데이토즈를 창업한 이 전 대표는 2012년 원조 국민 스마트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인물로,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으며 국내 캐주얼 게임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젊은층은 물론 4050세대에도 ‘하트 열풍’을 낳는 등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성공 반열에 올리는 데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애니팡’ 시리즈를 뛰어 넘는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회사 설립 10년 만에 ‘대표직 사임’이라는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017년은 급변하는 게임시장이 대형 게임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선데이토즈에게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면서 "많은 논의와 고심 끝에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공동창업자들이 떠나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2012년 선보인 ‘애니팡’ 출시로 국민게임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와 함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포문을 열었고,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스타트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 현재 200명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이젠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잠시 쉼표를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 전 대표의 사임은 작년 말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선데이토즈 최대주주인 스마일게이트는 작년 12월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투자전략담당 김정섭 전무를 선데이토즈의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하는 등 경영쇄신을 위한 밑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전 대표는 개발부문을, 김 신임대표는 경영 및 신사업 부문을 맡는 식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주주의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가 창업멤버들과 함께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하는 데에 주효한 역할을 하게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빅3’ 독식구조…중소게임사 구조조정 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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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액션스퀘어 창업자. (사진=액션스퀘어)

김재영 전 액션스퀘어 대표는 2014년 내놓은 ‘블레이드’로 모바일게임 사상 최초로 그 해 게임대상을 거머쥔 스타 개발자다.

그가 만든 액션스퀘어의 첫 작품 ‘블레이드’는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성으로 출시 직후 양대 오픈마켓 매출 1위를 빠르게 석권하는 등 국내 모바일 RPG 시장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게임으로 꼽힌다.

김 전 대표는 ‘블레이드’ 성과에 기반해 이듬해 액션스퀘어를 코스닥에 상장시키고, 이후 ‘삼국블레이드’와 ‘블레이드2’ 등 차기작 개발에 전념해왔다. 그러나 2014년 ‘블레이드’ 이후 회사 성장을 책임져 줄 캐시카우의 공백이 커지면서 결국 휴식을 택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김 전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전 대표 역시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원 사임 이전에 최대주주(프라즈나글로벌홀딩스)에 의한 ‘회사 경영진 개편’ 수술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작년 3월 이승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이후 최근까지 개발총괄이사(CCO)를 맡아왔다.

업계 사이에선 1세대 모바일게임 대표들의 잇단 용퇴의 배경은 결국 ‘실적부진’으로 풀이하고 있다.

수백 억 원 규모 자본이 필요한 대작 게임의 출시, 이에 걸맞은 대규모 마케팅 등 시장의 중심이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연매출 1000억 원 미만의 중견 게임사들이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여기에 과거와 달리 완성도 높은 중국산 게임들이 잇달아 밀고 들어오면서 이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시장의 흐름은 대작 중심인데,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감당해낼 재간이 없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대형게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게임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과거보다 더욱 격화되고 있어 중소게임사들은 생업조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만 배부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와이디온라인, 엑스엘게임즈, 액션스퀘어, 제페토 등 업계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이 잇단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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