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흥행에 웃고 우는 기업·수출입은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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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 전경과 영화 신과함께 포스터.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영화 ‘신과함께-죄와벌’를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 수익 시장이 포화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의도로 영화 콘텐츠에 투자를 한 것이지만 투자 규모에 따라 두 은행의 수익에 큰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은 지난달 27일 기준 누적 관객수 1385만명을 기록했다. 국내에 개봉한 영화 중 명량(1761만명), 국제시장(1426만명)에 이어 흥행 3위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매출액 규모는 약 1100억원으로 이중 영화발전기금을 제외하면 순매출액만 9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영화는 제작비 350억원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의 2배를 넘긴 상황이다.

영화 제작에는 기업은행과 IBK캐피탈 등이, 제작 지원에는 수출입은행이 나섰다. 기업은행이 영화 콘텐츠 투자 부문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출기업의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인 수은이 영화 제작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은은 지난 2015년부터 문화콘텐츠 전담팀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주로 지원 대상은 방송과 게임이었다. 하지만 영화 콘텐츠 투자에 영화 제작사 출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약 9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이번 대출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없이 은행이 제작사에 직접 대출해준 것으로 투자사가 아닌 제작사 대출이라는 점에서 제작지원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대부분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제작사 수익 배분은 많지 않다는 후문이다. 순매출액은 극장과 투자배급사(투자사·배급사·제작사)가 일반적으로 49대 51 비율로 나눠 갖게 된다. 따라서 제작비와 수수료를 제외하고 대출 이자만이 수익의 전부다.

만약 제작사가 대출을 상환할 경우 수은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대출금리를 4%로 가정할 경우 연간 3600만원 정도다. 수출입은행의 홍보효과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실속이 없던 셈이다.

수출입은행 측은 "영화 ‘신과함께’의 수출 가능성과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을 결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영화를 위한 직접 투자로 한류문화 전파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미소를 짓고 있다. 투자금액만 ▲직접투자 10억원 ▲간접투자 10억원 등 총 20억원 규모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국책은행이라는 성격에 맞게 영화 콘텐츠 제작 관련 개인과 업체에 대한 대출 규모만 지난해 기준 4404억원에 달한다. 영화 콘텐츠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대출과 연계한 영화 제작 지원이 목적이다. 기은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013년부터 영화 콘텐츠를 위한 전담부서인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초에는 이 부서를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에 편입시켜 오는 2019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직접 투자한 43편의 영화 평균 수익률은 15%다. 투자금 규모만 총 175억원에 달한다. 또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의 총 투자비(350억원)의 5.7%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최소 5억원에서 8억원의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이 없더라도 잠재력이 있거나 투자할 가치가 있는 영화 콘텐츠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며 "문화콘텐츠 성장을 지원하고 선순한 생태계 육성을 위해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영화 콘텐츠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 다각화와 마케팅 효과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영화가 흥행하면 별도의 투자수익률은 물론 홍보효과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영화 콘텐츠 투자는 영화의 흥행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라서 리스크가 큰 편"이라며 "따라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메이저급 영화로 투자대상을 한정 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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