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이번엔 '투톱' 전열정비…대형 M&A 시동거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04 12:31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방문객들이 게임 시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 DB)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으로 몸집을 불렸던 국내 게임업계가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물론 산업 성장에 더욱 속도가 붙음에 따라 그간 회사를 게임개발과 서비스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던 것에서, 이젠 전략 및 투자 등 보다 거시적 관점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추세다.

일부 중대형 게임사에서는 아예 경영 전문성 강화를 위해 투자 전문가를 내부로 영입, 회사 구조 자체를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는 회사 성장에 따라 게임 개발 뿐 아니라 미래전략 등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중요성 또한 강조된 데 따른 자연스런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게임기업들이 게임을 넘어 ‘전략 및 투자’ 부문 경영 전문성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 또 이를 통해 추구해 나가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게임-투자’ 각자대표 체제 확산…외연 확대 신호탄

지난해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며 업계 1위로 급부상한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박성훈 전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신임 각자대표로 내정했다.

내달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 박 내정자가 신임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되게 되면, 앞으로 넷마블게임즈는 종전 권영식 단독 대표체제에서 권영식-박성훈 각자 대표체제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권 대표는 기존 게임사업을, 박 신임 대표 내정자는 전략 및 투자를 전담한다.

넷마블 관계자는 박 내정자의 영입에 대해 "사세 확대에 대한 경영진 보강 차원"이라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및 신사업 전략 강화, 그리고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견 모바일게임사 조이시티도 내달 주주총회에서 박영호 전 네시삼십삼분 대표를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종전 조성원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 나갈 구상이다.

조이시티 역시 조 대표가 게임 개발 및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박영호 신임 대표가 신규 투자와 글로벌 전략 부문을 총괄하는 그림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조직 및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더욱 빠르고 진일보한 사업 수행 능력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넥슨컴퍼니의 경우엔 최근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비롯한 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넥슨재팬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초대 COO에는 최근 몇 년간 넥슨코리아를 이끌어 온 박지원 전 대표가 선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사업 전체를 운영·총괄해 나가는 중책을 맡겼다. 이는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재개의 사전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 M&A 드라이브 현실화…상생 경영도 수반돼야

사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기업 M&A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특히 넥슨을 비롯해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기업들은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넷마블은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에 500억 원을 투자했고, 카카오게임즈는 이 중 50억 원을 e스포츠 등 신사업 추진을 구상하고 있는 넵튠에 투자했다. 또 넵튠도 이 기세를 몰아 ‘헬로히어로’ 개발사인 핀콘에 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연쇄적인 투자 바람이 일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올해 적극적인 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머너즈워’ 장기흥행으로 6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컴투스 역시 M&A 대상을 물색 중이다. 대상기업을 발굴하면 M&A에 빠르게 나선다는 계획이다.

넥슨컴퍼니도 지난해 9월부터 지주사인 NXC 및 넥슨코리아 등을 통해 가상화폐거래소 ‘코빗’ 인수 등 M&A에 5000억 원대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투자여력이 높은 중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대형 M&A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최근 일고 있는 경영진 투톱 체제 등 기업구조 재편 작업도 이에 대한 연장선상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게임사업과 전략·투자 등 부문별 경영 전문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게임 콘텐츠 외적인 성장도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리딩기업이 영세 게임사들도 함께 품어 나가는 상생 시장으로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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