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오늘의 한국, 애틀리 시대의 영국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11 12:21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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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2016년 절대로 질 수 없는 제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처럼 어이없이 진 선거가 멀리 영국에서도 있었다.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자신감에 충만했던 전쟁영웅 처칠은 1945년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1940년에 총리로 집권했지만 총선에서 패배하여 연임에 실패했던 것이다. 처칠을 이긴 사람은 클레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이다. 선거는 구호(口呼)가 대세를 좌우한다. 애틀리는 ‘미래를 맞이하자’(Let us face the future)라고 외쳤다. 승전(勝戰)의 영광은 이제 잊으라는 것이다. 이 구호와 복지국가 건설 공약이 전쟁으로 지치고 피폐해진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공약대로 그는 사회주의정책을 착실하게 이행했고 더 타임지 선정 20세기 영국 최고의 총리로 꼽혔다.

애틀리는 한국을 살린 고마운 사람이다. 1945년 한국 독립을 재확인하는 포츠담 회담에 영국대표로 참석하여 한국 독립을 승인했고, 1950년 한국전쟁에 8만 7천명을 파병했다. 그러나 트루먼-애틀리 선언(12월 8일 미영정상 공동성명)은 유엔군의 파병 목표가 침략자의 격퇴이지 한국 통일이 아님을 확인하여 무력통일포기방침과 함께 남북분단의 고착화를 가져오고야 말았다.

1945년에서 1951년까지 6년간 총리를 지낸 애틀리의 대표적 업적은 전 국민에게 무료로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전국건강서비스를 정착시키고, 노령보험·실업보험 등 국민보험도 강화해 영국을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국가로 만든 것이다. 필요한 재원은 산업의 국유화로 충당했다. 잉글랜드 은행ㆍ석탄ㆍ철강ㆍ항공ㆍ철도ㆍ화물차ㆍ운하ㆍ유무선통신ㆍ전기ㆍ가스 등 주요 기간산업을 포함해 전체 산업의 20% 정도와 전국 병원의 절반 가까이를 국유화했다.

애틀리는 사회주의자였지만 처칠과 같이 철저한 반소, 친미, 반공, 반민족주의, 반파시즘의 신념을 지켰다. 공산당과 가까이하는 노동당원은 가차 없이 제명했다. 소박하고 내성적이었으며, 독서를 즐기고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늘 경청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정정당당한 정치인이었으며, 명예와 품위를 지킨 신사였고 진정한 인격자였다.

그러나 경제학자 케인스를 중용한 계획경제와 국유화, 높은 세금, 과도한 복지는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애틀리가 시동을 건 복지정책은 점점 확대되어 갔다. 애틀리는 파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에 집중했을 뿐, 파이를 키우지는 못했다. 이때부터 영국병의 씨앗이 뿌려졌다. 거대 공기업은 점점 부실해져 영국경제의 암덩어리가 되었다. 한국전쟁 발발로 국방비가 증가했고, 핵무기 개발로 재정은 악화되었다. 그는 1951년 총선에서 처칠에게 패배했다.

애틀리가 키운 이 영국병을 고치는 데는 근 30년이 걸렸다.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가 된 마거릿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는 1990년까지 11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강력한 민영화, 노동개혁, 정부 규모 축소, 긴축재정 실시, 물가 인상 억제, 소득세 감면, 성과제 도입 등을 통해 영국의 전체적 경제 성장률을 플러스로 돌려놓았다. 그는 경제학자 하이에크를 신봉했다.

오늘의 한국, 애틀리 시대의 영국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정치논리가 앞서는 공기업 인사와 운영, 경직된 노동시장, 무상보육,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교복, 출산장려금, 청년수당, 산후조리 지원, 늘어만 가는 공무원의 숫자, 성과급제도 폐지 등,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지 경쟁은 끝이 없다. 복지를 늘릴수록 노동의 대가로 얻는 행복은 반비례한다. 제대로 된 복지란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상시리즈의 끝 모를 행렬은 그것이 국민을 행복으로 인도하지는 않기에 가짜복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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