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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포항 포스텍 체육관에서 열린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권오준 회장과 외주사 대표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포항시와 광양시가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지역 경제에 뿌리를 둔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아서다.
포항시는 4월 한 달을 ‘포스코의’다롤 설정하고 범시민 차원에서 화합·상생 발전을 위한 축하 기념행사를 펼친다. 앞서 29일 형산대교에서 포스코 본사 정문까지 1400여명의 시민이 출근하는 포스코 근로자들에게 격려인사와 함께 장미꽃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는 7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동행’ 음악콘서트를 시작으로 공동 미술전시회 개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과 연계한 작품 제작 및 전시도 계획 중이다.
광양시도 지역 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는 포스코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시청 공무원 200여명이 지난달 30일 광양제철소 1문에 ‘미래를 열어가는 포스코, 광양의 자랑입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재, 아침 인사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광양시버스단체협의회원 등 시민 100여명은 버스환승장에서 출·퇴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박카스 음료를 제공했다.
◇ 핏값으로 일군 포스코, 여전한 ‘우향우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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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4월 1일 포항제철 1기 설비 종합착공식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가운데)과 박태준 사장(왼쪽), 김학렬 부총리가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사진=포스코) |
사람 나이로 따지면 올해 쉰 살이 된 포스코. 한때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명실상부(名實相符)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지만,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바람 앞의 등불 처지가 따로 없었다.
포항제철소가 건설되기 전까지 한국 철강산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였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부터 종합제철 건설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1967년 6월 연산 3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포항을 낙점하고 이듬해 4월 1일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란 이름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사업의 첫발을 떼기도 전, 건립 및 운영 자금 문제로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국내 철강산업 지원을 담당하는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에서 약속한 제철소 건립 자금 지원이 무산된 것. 자본과 기술 그리고 경험이 없는, 이른바 ‘3무(無)’ 업체에 지원금을 제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당시 사장)은 당시 막막한 상황을 타개할 계책으로 대일청구권 자금을 전용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이를 계기로 일본으로부터 차관과 기술을 제공받는 데 성공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찬탈지배 배상금이자 조상이 흘린 피의 대가로 세워진 포항제철소. 여기서 21세기 철강왕으로 불리는 박태준 사장이 살아생전 강조하던 ‘우향우 정신’이 비롯됐다.
"제철소는 조상의 핏값으로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현장사무소에서 나가 바로 우향우해서 다 같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자"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실패하면 바다에 빠져죽자’란 결기로 무장한 창립 멤버 34명이 발 벗고 나서자 성과는 자연히 따라왔다. 1973년 6월 회사 설립 5년 만에 조강 103만 톤 규모의 첫 고로 설비를 준공했다. 이 시기 포스코 임직원들은 건설사무소에서 쪽잠을 자고 영일만의 모래 섞인 밥을 먹으며 고로 건설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150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첫 쇳물이 쏟아진 지 50년이 흐른 지금. 박태준 사장이 강조한 ‘우향우 정신’은 여전히 포스코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정신과 상징으로 남아있다. 포항제철의 설립구호 ‘제철보국(製鐵報國)’도 견고하다. 제철조국이란 철강재를 생산해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자란 뜻이다.
◇ 포스코, 광양으로 확장하며 한국 철강업 위상 ↑
포항을 모태로 성장한 포스코는 1970년대 철강 고도성장기에 발맞추기 위해 또 다른 준비에 착수했다. 바로 포항에서 이룩한 신화를 이어갈 제2 제철소 건립 지역을 찾기 시작한 것.
당시 정부는 중화학공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수출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를, 수출성장률은 30%를 웃도는 초고도 성장기였다. 경제규모 팽창에 힘입어 국내외 철강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던 상황. 포스코로서는 사업 확장을 꾀할 최적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포항에서 고로 4기를 준공하면서 연간 850만 톤의 조강 능력을 확보한 포스코는 전남 광양에 제2 제철소를 건립하기로 결정한다. 쇠 금(金)자가 들어간 금호도를 포함해 크고 작은 13개 섬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던 광양만 일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대형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포스코는 1982년부터 광양만 일대 11개 섬을 연결하고 456만 평의 바다를 매립하는 대규모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해 10년 만에 여의도 면적 5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를 건립했다. 1983년 광양제철소 문을 연 데 이어 1985년 광양 1고로를 준공했다. 이후 2~3년마다 차례로 설비를 확충해나갔다. 최종적으로 1999년 5고로가 준공되면서 광양제철소는 5개 고로에 연간 18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포항제철소가 15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단일 규모면에서는 광양제철소가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제철소가 건립되자 주변 일대에 항만시설, 컨테이너 부두, 제철소와 관련된 철도 및 도로가 들어서면서 광양시에서 지역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제철보국’ 포스코, 이제 ‘에너지 보국’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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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포스코) |
"에너지 저장 소재 신규 사업의 안정적 성장 체제를 마련하고 산업 생태계 내 관련 기업들과의 동반 성장도 강화해나갈 것"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포스코가 영위하는 사업 영역을 단순히 철강·건설·화공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성장 사업을 추진해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 스마트화)을 주력 산업인 철강업에 적용하는 한편, 올해부터 신성장 사업으로 에너지와 소재 분야로 낙점하고 영역 확장에 본격 나선다.
우선 에너지 분야에서 LNG 터미널 시설을 활용하는 LNG 미드스트림(Midstream) 사업을 확대한다. 그동안 추진했던 발전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일환이다. 장기적으로 광양 LNG 터미널을 동북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육성할 복안도 지니고 있다.
신재생 발전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한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 시책에 부응한 사업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리튬 사업의 경우, 연초부터 가시화된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주원료로, 리튬이온 2차 전지 생산에 사용된다. 철강이 ‘전통 산업의 쌀’이었다면, 리튬은 ‘미래 산업의 쌀’인 셈이다.
올해 1월 포스코가 화유코발트와 맞은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법인 합적 계약이 최종 승인됐다. 낭보를 알리며 포스코는 세계 최대 리튬이온전지 시장으로 주목받는 중국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고도 전했다.
이어 2월 포스코는 호주 광산개발 기업 필바라 지분을 인수하고 리튬광장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3월에는 삼성SDI와 함께 세계 최대 리튬 생산 국가인 칠레의 리튬프로젝트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향후 포스코는 575억원을 투자해 칠레 북부에 위치한 메히요네스에 양극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칠레의 수출최저가 리튬을 원료로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t(톤) 규모의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오랜 기간 공들여온 리튬사업이 비로서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리튬 직접수출 독자기술을 개발한 지 7년 만에 전남 광양제철소 안 8500m² 부지에 건설한 리튬 생산공장(PosLX)을 준공, 현재 상업생산 중이다.
양극재는 2012년 포스코ESM 설립으로 연간 7000톤 규모를 생산해 국내외 주요 배터리사에 납품하고 있다. 음극재는 포스코켐텍이 2011년 진출해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 양산에 성공하면서 연산 1만 2000톤 규모의 국내 최대 음극재 생산판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권 회장은 신년사에서 "향후 철강사업에서 생산체계의 고효율화와 지속적인 제품 고급화를 통해 ‘세계 최고(World Top)’ 시장 지위를 더욱 강건히 하겠다"며 "그룹 사업은 고수익 핵심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융복합 사업을 창출하며, 미래사업 발굴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