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대책 없이 신차 보급에만 열중···"관리 인력 등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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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이 판매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진 탓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매 보조금 지급을 위해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보급 이후 사후 관리 대책은 부실하기 때문이다. 중고차 감가상각이 심한 전기차의 특성상 이대로 가다가는 ‘폐차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혈세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은 개별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충전기 설치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위해 24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뒀다. 대당 최대 1200만 원씩 총 2만대 분량이다. 최근에는 추경에 1190억 원의 예산을 더 반영했다.
전기차 구매자들은 국고와 지방자지단체 보조금을 합산해 최대 2300만 원의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 일렉트릭, 쉐보레 볼트 EV 등 경쟁력 있는 신차가 연이어 출시되며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이들 차량은 충전완료시 400km 가까이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신차 구매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년 뒤 찾아올 중고차 시장의 충격에는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좋은 예가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 역할을 하는 배터리다. 배터리는 사용량이 많아지거나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수명이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중고차 감가상각률이 상당히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시장에 나오는 3년 이내 전기차의 시세는 신차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제주도 등 일찍부터 전기차가 보급된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중고 전기차 처리 문제 등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중고차는 배터리 충전을 자주해야 하는 탓에 구매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차를 하자니 연식이 얼마 되지 않아 자원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 등 일부 브랜드가 특정 차종에 ‘배터리 평생보증’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차량당 보조금 지급 액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고객 1명에게 최대 2300만 원의 보조금이 몰리다 보니 다른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수요를 억제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2만대로 책정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코나·니로 기반의 신모델을 내놓자 연초 사전계약에만 2만여명이 몰렸다. 추경 예산 1190억원 전액이 또 다시 신차 보조금으로 흘러가게 된 이유다. 지급액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4만대의 차량을 보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사후 대책 마련에 투입할 여유자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전기차 1대에 500만 원 안팎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 또한 750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 대부분 대당 보조금 지급 액수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구매 보조금은 점진적으로 낮추는 대신 충전소 확대 같은 기반 투자나 배터리 기술개발 지원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중국도 대당 보조금 지급액을 줄이는 대신 설비 투자를 늘리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는 중이다.
우리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전반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단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구매 보조금은 이를 위한 마중물 차원"이라며 "궁극적으로 전기차 전용 정비 인력 확충, 충전소 관리인 육성 등에도 지원을 해야 건강하게 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