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대부분 이더리움 플랫폼 ‘ERC20’ 기반
국내선 원화 ICO 투자는 ‘유사수신행위’ 불법
이더리움 송금으로 ICO 투자했으나 가치하락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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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가격이 요동치자 해당 플랫폼을 사용한 암호화폐 ICO에 투자한 이들 또한 피해를 입게 됐다. (자료=빗썸) |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1이더리움이 200만 원 할 때 프라이빗 세일에 참여했는데 지금 이더리움이 1/4토막이 났네요. 괜히 일찍 참여한 것 같습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에 참여한 한 투자자의 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상화폐)에 투자하며 ‘대박’을 꿈꾸고 있지만, 안정장치가 없고 규제기관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해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스캠(Scam)’이라 불리는 사기도 문제지만, 암호화폐의 투자 방식이 주식과 다른 데서 오는 리스크도 상당해 주의를 요한다.
많은 암호화폐 발행주체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공개)와 유사한 형태의 ICO를 실시한다. IPO는 발행주체가 명확하고 금융기관이나 증권사를 통하여 프로젝트 자금 모집이 진행된다. 또 규제가 없는 ICO와 달리 IPO는 정해진 규제와 절차대로 모금을 진행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크게 감소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ICO는 그러한 규제나 절차에 대한 검증이 명확하지 않다. 누구든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만들고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 다만 백서(White Paper)대로 암호화폐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이 경우 ICO에 투자한 금액은 고스란히 손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제대로 된 개발자들이 암호화폐를 만들고, 이를 당초 공개한 백서대로 진행해나간다 하더라도, ICO 투자는 원화 입금 또는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이를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하고 불법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유사수신행위는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ㆍ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송금하는 방법이 애용되고 있다.
문제는 원화처럼 가치가 고정적이지 않은 암호화폐 송금 자체에 있다. 동일한 원화를 투자하더라도 한 달 차이로 자신에게 받는 암호화폐 수량이 두 배나 차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ICO를 실시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현재 새로이 ICO하는 암호화폐 상당수가 플랫폼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 기반의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 20) 표준 규격으로 만들어진다. 이들 암호화폐들은 이더리움 네트워크(블록체인) 안에서 생성돼 개인간 혹은 거래소를 통해 서로 주고받거나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다. 얼마 전 내한한 영국의 암호화폐 기업 ‘에너지마인’의 암호화폐 ‘에너지토큰(ETK)’역시 ERC20 기반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그런데 최근 3개월 동안 이더리움의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폭등과 폭락을 연달아 보여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이더리움 시세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개당 50만 원 선이었으나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르며 올해 1월에는 2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다 계속 시세가 하락해 4월 초에는 4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15일 현재는 52만 원대로 소폭 오른 상태지만 이더리움을 구입해 다른 암호화폐 ICO에 참여한 이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암호화폐의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이를 문서화 한 세부실행계획(백서)을 공개한다. 이 상태에서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을 실시하고, 뒤이어 프리세일(Pre-sale), 1차·2차 ICO를 실시한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프라이빗·프리세일에 투자한 이들에게는 보통 보너스로 20∼30%의 암호화폐가 추가로 지급된다.
문제는 이더리움이 한창 고공행진할 때 프라이빗·프리세일에 투자한 이들이 뒤늦게 ICO에 참여한 이들보다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1이더리움이 200만 원일 때 참여하고 30% 보너스 코인을 받더라도, 지금처럼 가격이 하락한 상태(1이더리움=약 52만 원)에서는 200만 원으로 훨씬 더 많은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몇 달 간 암호화폐 진행상황을 보고 리스크가 줄어든 상태에서 뒤늦게 투자하고도 선행투자자보다 더 큰 혜택을 보는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광풍처럼 불어닥친 암호화폐 붐에 ICO에 투자한 이들이 크게 늘었지만, 이더리움의 1분기 내내 지속된 하락에 암호화폐가 성공적으로 론칭됐더라도 실질적인 투자수익은 감소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ICO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중간에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도 많고, 이더리움을 통한 구입 형태인 만큼 하루가 다르게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바뀐다. ICO에 대해서는 설립자들의 경력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