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년 지난 염리동 골목길 환경 개선 '제자리'...5억원은 어디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08 08:08

5억 원 투입된 염리동, 5년만에 원상복귀
예산 낭비 없이 장기적·주민 친화적 공간 조성돼야


▲‘소금길’ 사업 대상지였던 마포구 염리동 일대. 2020년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사진=최아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최아름 기자] 낙후 지역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지난 2012년 골목 내 환경 정비를 위해 시작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는 마포구 염리동에 처음 적용됐으나 5년이 넘은 지금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다.


◇ 골목길 환경 개선, 재개발에 묻혀

마포구 염리동은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아현역으로 이어지는 언덕배기에 자리한 곳이다. 지난 2012년 낙후한 저층 주거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염리동’의 역사를 살리기 위해 ‘소금길’을 테마로 한 셉테드 사업이 진행됐다. ‘셉테드’는 주거지의 환경 설계를 통해 범죄 발생을 줄어들게 만드는 설계 기법으로 염리동에 만들어진 ‘소금길’은 마포나루와 가까이 있어 소금 창고의 역할을 했던 과거의 배경을 그대로 살린 프로젝트였다. 재개발이 필요할 정도로 구역이 낙후돼 범죄 발생율을 낮추는 밝은 벽화와, 야간에도 위치를 파악하기 쉽도록 번호가 붙은 가로등이 설치됐다. 주민 주택을 활용한 안전 주택 등도 만들어져 골목길에서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신처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개발이 시작된 이후 ‘셉테드’ 기능은 마비됐다. 재개발로 주민 이주가 시작되며 주민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이와 함께 셉테드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구청 차원의 지원도 끊겼다. 현재는 재개발로 인한 공가가 늘어나자 안전과 방범 문제를 위해 CCTV 등이 운영되고 있다. 2012년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던 노란색 가로등과 산책로로 만들었던 바닥 길 안내 표지는 재개발로 인해 중간에서 끊겼다.

아파트로 다시 정비되는만큼 준공이 완료될 경우 안전과 치안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소금길’사업의 대상이었던 일부 구역은 저층 주거지로 남아있게 된다. ‘셉테드’를 위해 5억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됐으나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투입 예산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 제2기 도시재생, 살고 싶은 골목길로


2012년 염리동의 ‘셉테드’ 사업이 성공한 이후 다른 서울 내 자치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사업을 진행했으나 현재 별도의 관리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동작구에서는 한 때 셉테드 사업 전담 팀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질적으로는 도시재생 형태의 ‘셉테드’ 사업이 아닌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 방범에 취약한 곳을 대상으로 도시가스 배관 등에 형광 안료를 도포하는 방식이다. 공간 구성 측면과는 관계가 없는 사업인 셈이다. 공간 구성 방식은 지금까지 외관 정비 등으로 인해 골목길의 유동 인구를 높여 주거 안정성을 낮춘다는 비판이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8년 시작되는 골목길 중심의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관광객을 늘리는 형식이 아니라 원주민이 떠나지 않는 방향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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