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이 16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개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8개월 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두 차례 잠시 만난 적은 있지만, 두 정상이 공식적인 양자회담을 갖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 간의 만남은 주요 의제 못지않게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둘의 ‘궁합’(케미스트리, chemistry)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시리아, 우크라이나, 핵무기 감축 등 의제들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독특한 커플’(the odd couple)의 만남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은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다면서 둘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소개했다.
둘은 기질과 스타일에서 상이한 점이 많다.
트럼프가 연설을 즉흥적으로 하면서 측근을 심하게 꾸짖거나 때로 자신에게도 화를 내는 것과는 달리 푸틴은 대중 앞에서 자세가 산만해지는 적이 없고, 감정 표현은 기껏해야 눈썹을 추켜세우는 정도다.
푸틴은 최신 정보 보고 또는 언론 동향 보고에 세밀한 신경을 쓰지만, 트럼프의 참모들은 한 줄짜리 브리핑이라도 트럼프가 관심을 기울이게 하려고 안간힘을 기울인다.
트럼프는 자신의 견해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흩뿌리지만, 푸틴은 스마트폰조차 사용하지 않고 국내 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트럼프는 가족들이 개인 브랜드(brand)에서 핵심을 차지하지만, 푸틴은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중시하고 그의 두 딸은 대중에 사진으로 공개된 적 조차도 없을 정도다.
트럼프는 2000년대 리얼리티 쇼프로그램에서 스타 사업가로 부각한 뒤 자기 삶의 모든 부분은 방송을 타고 있지만 푸틴은 보리스 옐친으로부터 권좌를 물려받아 권좌에 오르기 전까지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어떤 전기 작가는 푸틴을 ‘얼굴 없는 사람’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둘은 이러한 차이점들이 있지만, 결속에 방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AFP는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클린연구소의 앨리나 폴랴코바 연구원은 "푸틴은 사람들의 개성이나 성격을 파악하는데 대단한 소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폴랴코바는 "아마도 결과적으로 정보기관 간부로서 훈련으로 얻은 결과일 것이라면서 푸틴은 인물의 약점을 파악하는 데 특별히 능숙하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트럼프를 높이 추켜세우고 일대일 대면하는 형식을 통해 그와 결속을 시도할 것이고, 트럼프는 이러한 방식에 응할 것이라고 폴랴코바는 예상했다.
둘은 권위주의적 성향이 비슷하다.
트럼프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한뒤 김 위원장이 말을 할 때 북한 주민들의 경청하는 자세가 부럽다면서 미국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둘은 자신들의 국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국수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푸틴은 옛소련 붕괴 이후의 불안에서 벗어나야 하고, 트럼프는 미국 산업의 쇠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각각 그 명분이다.
둘은 재산을 드러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부자다.
러시아 국영 TV의 다큐멘터리는 푸틴이 금욕적이라고 보도하지만, 그의 주변 핵심 권력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푸틴은 수백억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자신의 아파트가 있는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황금빛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놓은 트럼프는 그야말로 ‘부를 과시하는 사람’과 동의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실제 주장하는 재산보다 수십억 달러가 적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푸틴은 195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근로자 계층에서 태어났고, 트럼프는 뉴욕 부동산사업가의 다섯 자녀 중 넷째로 태어나 ‘100만 달러의 작은 돈’ 을 빌려 아버지와 같은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다른 점이기도 하다.
둘은 또 젊었을 때 ‘싸움닭 기질’이 있었다고 한다.
푸틴은 레닌그라드 거리에서 ‘선방’(hit first)을 날리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 적 있고, 트럼프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의 싸움 경력이 미국 언론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