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
액티브 시니어는 대부분 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한 국내 베이비붐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50~60대는 기존 고령층에 비해 학력이 높고 자산이 많아 소비성향이 강하다. 경제적 여유로움으로 인해 건강, 미용, 패션 등에 대한 관심도 많고 새로운 기술이나 기기에 대해서도 친숙도를 보이며 취미와 여가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이러한 활력 넘치는 노년라이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는 바로 체력으로 불리는 근력이다. 건강을 잃으면 경제력도 무용지물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아프지 않고 실제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열망이 커지는 이유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 산업 규모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국내 ‘고령친화산업환경 변화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 레저, 스포츠, 문화 등 시니어 관련 산업 규모는 2010년 약 27조 규모에서 2020년 약 72조 규모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82세(2015년 기준)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건강수명은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73세로 기대수명보다 약 9년 정도 짧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건강, 레저, 스포츠산업 분야 외에 시니어 식품산업 그중 특히 질병 예방과 관련된 식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섭취와 관련된 3단계 구분 및 표시(씹기,삼키기,소화)그리고 단계별 성상, 물성에 대한 기준과 측정방법 등을 포함하는 가공식품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보급했다. 이후 많은 식품 기업들이 물성조절 기술 적용 및 영양측면을 고려한 고령 맞춤형 식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식품은 주로 신체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 대상의 영양공급이 목적이다.
그러나 프리 시니어(pre-senior),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식품 시장 역시 노화 관련 문제가 생기기 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사코페니아, 근감소증 분야다.
골다공증,대상포진과 함께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는 주요 질환으로 떠오르는 근감소증(sarcopenia)은팔,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과 근력의 점진적 감소로 인해서 신체적 활동성이 저하되고, 신체장애 및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질병이나 수술도 잘 이겨내지 못하고 잘 넘어져 궁극적으로 사망률의 증가에도 기여하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아직까지 치료를 위해 처방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되지 않아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근감소증은 적절한 단백질 및 비타민D 섭취, 근력운동을 통해서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노화에 따른 식이 단백질을 논의하는 국제적 연구모임인 ‘PROT-AGE study group’에서는 최근 건강한 고령자는 체중 1kg 당 1.0~1.2kg의 단백질, 만성 및 급성질환이 있는 노인은 체중 1kg 당 1.2~1.5kg의 단백질, 심한 질병이나 상해가 있는 영양불량 노인은 체중 1kg 당 2.0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질적으로는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류신(leucine)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에도 힘써야 한다. 이를 고령자들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물질,형태와 용량으로 개발해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액티브 시니어로불리는 고령층의 소비패턴은 갈수록 다양화, 고급화될 것이다. 즐기기 위한 소비와 함께 건강한 노년을 누리기 위한 소비도 늘어날 것이다. 이들의 소비패턴에 맞춘 새로운 시장창출과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기업의 투자와 제도 개선 등 정부의 지원이 맞물린다면 경제적 활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활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