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연일 폭염에 지난 7월 24일에는 최대전력수요가 92.6 기가와트(GW)까지 치솟았다. 산업부는 지난 7월 9일 하계전력공급계획에서 최대전력수요는 8월 2∼3주에 나타나며 88.3 GW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딱 보름전만에 원전 5기 분량의 차이가 난 것이다. 그리고 아직 8월은 오지도 않았다.
더욱이 지난해 말 확정된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상한 올해의 목표수요는 86.1 GW였다. 하계전력공급계획에서 슬그머니 원전 2기 분량을 올린 것이다. 수요관리 시장을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것이다. 그러나 수요관리 시장을 가동해도 2 GW 정도 낮추는 것이 고작이다. 수요예측을 잘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연평균 1.3%의 증가율로 2030년까지 예측했으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돌이켜 보면 전력수급계획은 날치기로 확정된 셈이다. 작년 12월 27일에 국회보고, 28일에 공청회, 그리고 29일 오전에 전력정책심의회를 통과시켰으니 48 시간만에 모든 과정을 마쳤다.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기억해 보자. 첫째, 본문의 그래프는 2015년치 최대전력수요 82.97 GW와 2017년치 85.2 GW를 연결하고 추세선으로 연장해 놓았다. 2016년치 최대전력수요 85.18 GW를 슬쩍 빼놓았다. 그것이 있으면 2015년과 2016년을 연결한 기울기가 급격해지기 때문에, 전력수요를 낮게 가져가기 어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둘째, 게다가 2017년치 85.2 GW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이다. 2018년 2월에 88.24 GW에 도달함으로써 불과 2개월만에 무려 3 GW나 낮게 잡은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셋째,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전력수요증가율을 2.2%로 잡았으나 제8차 계획에서는 1.3%만 잡았다. 이로 인해 2030년 까지 전체적인 전력설비에 대한 수요가 다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낮은 GDP 증가율과 인구증가정체 때문이며 인위적으로 낮춘 바 없다고 하지만 낮은 것은 적용하고 제4차산업, 전기자동차, 인덕션 렌지 보급 등은 뺀 것이 인위적인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즉 전력수요예측의 시작점도 낮게 잡았고 증가율도 절반으로 줄인 셈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맞추기 위해서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했다는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아서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문제가 여름철 전력 피크시기에 국한된 문제이고, 10여일에 불과한 이 시기만 넘기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는 전력수급계획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얘기다. 전력수급은 일년중 가장 높은 최대전력수요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불과 10일쯤 전기가 없어도 될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이 시점에 가용한 모든 설비를 가동하여 전력을 공급하고 여유가 있는 시기에 정비 등을 하는 것이다. 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설비여유가 있다는 것으로 과잉설비라고 우기는 것도 잘 알지 못하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수요관리를 만만하게 말하는 것도 곤란하다. 또 냉난방온도제한 등 국민을 어렵게 하는 것도 곤란하다. 전기가 우리 삶을 위한 소비재이지 전기절약이 인생목표가 되어서 되겠는가? 참여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발전기 등의 자원을 활용하는 차원의 수요관리시장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수요관리시장을 가동하여 비싼 발전기를 가동시키거나 공장의 가동을 멈추는 것은 곤란하다.
전력이 부족했을 때 발생할 국가적 손실과 설비가 남을 때의 손실을 비교하면 부족할 때 정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훨씬 크다. 그래서 전력수요예측은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다.
10여일에 불과한 최대전력수요기를 위하여 원전을 건설하자고 하는 것이 너무나 비효율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원전 1기에 4조 정도면 충분하다. 그만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하면 건설비만 10배 이상이 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고 하는 사람은 돈 얘기는 하면 안될 것 같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최대전력수요 예측보다 제7차 전력수급계획이 더 잘 맞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돈을 다 어디에 쓰고 이 더위를 이렇게 위태롭게 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