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조아라 기자] 동전주, 에어드랍, 경쟁사 코인 상장, 가두리 펌핑, 마이닝 코인. 1년간 진화를 거듭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생존 트렌드’다. 작년 12월 빗썸 매출은 무려 2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영업을 시작한 업비트는 작년에만 무려 211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거래소 전성기였다.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거래소가 투기장으로 변화하던 무렵"이라고 진단했다.
◇ 빗썸 독주 시절 투자자들, 7종 암호화폐의 기술·개발자 인식
암호화폐 거래소 독주 시절, 빗썸은 한동안 7종의 암호화폐만 상장했다. 비트코인은 ‘기축과 사토시’,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와 비탈릭 부테린’, 리플은 ‘해외 은행 송금, 플랫폼’ 등과 같이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의 주요 특징을 꿰고 있었다.
업비트가 등장하면서 트렌드가 한 차례 바뀌었다. 투자에 부담이 없는 동전주나 엽전주(코인 가격이 1원 이하이며, 0.001원 ~ 0.9원까지를 이름) 위주의 급등이 시작되면서다. 한 블록체인 개발사 대표는 "수많은 알트코인이 등장하면서 수익률이 더욱 중요하게 거론됐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서도 암호화폐의 개발사나 주요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1월 말 정부가 신규계좌 발급을 막자 거래소들은 ‘상장 전쟁’에 돌입했다. 제한적인 투자자와 자금 때문에 타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경쟁적으로 상장했다. 타 거래소의 고객을 유입시켜 거래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때부터 시장의 투기성은 더욱 짙어졌다.
이후 마이닝(채굴형) 코인을 수익 모델로 앞세운 중소 거래소들이 등장했다. 그 중 코인제스트는 빗썸과 업비트의 양강 구도를 깨트리고 한때 국내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가두리 펌핑’이 유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혔다. 이러한 시도들은 수익구조가 한정적이며, 나아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심지어 개발사에 펌핑을 주문하는 투자자들도 대거 등장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개발사 측에 펌핑 거래소 상장을 요구한 적이 있다. 개발사 측에서 특정 거래소에 상장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내용을 단톡방에 공개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블록체인 개발업체는 "기술이 개발되고 유저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투자자는 매우 드물다. 투자자들은 향후 사용 가치보다 단기간에 수십·수백 배의 펌핑을 요구한다. 솔직히 흔들릴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마이닝 코인을 발행한 캐셔레스트 관계자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캡(CAP)의 목적은 단순히 거래 수수료를 돌려주는 것뿐만이 아니다"라며 "향후 진행될 암호화폐 상장 투표 등 캐셔레스트의 중요 정책에 투자자가 직접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투자자 중심의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상장비용 부작용 심해, 거래소 중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토큰 경제의 핵심역할을 하기 위해 상장비용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상장비용은 거래소에 적지 않은 수익을 보장한다. 자연스럽게 기술보다 자금을 가진 프로젝트가 상장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돈만 주면 무조건 상장시켜주는 거래소를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 사용자들이 적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임현민 오버노드 대표는 "500명이 넘는 유저베이스를 갖춘 프로젝트를 찾기 힘들다. 댑(DAPP)의 생태계를 보면 도박과 탈중앙화 거래소를 빼면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며 "기대심리에 의해 거래가 되기 때문에 투기판이 야기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 육성을 위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으로 후오비 코리아가 꼽힌다. 펀드 조성, 전문인력 육성, 장소·기술 지원 등이다. 후오비 코리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블록체인 전문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셔레스트도 암호화폐 페이먼트 솔루션,암호화폐 거래,암호화폐 채굴 시스템 등 블록체인 관련 토탈 솔루션을 개발중이다. C2C(coin to coin, 코인마켓) 마켓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캐셔레스트 관계자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개발 업체와 투자자 모두 실제 오프라인 상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엑스블록시스템즈 김승기 대표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투자하는 거래소의 활동은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김철환 한영대 교수는 "업계 중심점이 없는 가운데 거래소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역할이 매우 크다. 올바른 생태계가 활성화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